"요즘 지게차 운전기능사 시험을 알아보고 있어요. 결국 몸으로 일하는 직업이 살아남을 것 같아서요."
국내 굴지의 IT(정보기술) 대기업 직원의 입에서 나온 한숨 섞인 말이다. AI(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질 위험이 가장 높은 직군으로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꼽히는 시대다. 어떤 직원은 모임횟수를 늘렸다고 한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관계쌓기'가 더 중요해질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기자도 이 불안에서 예외는 아니다.
AI 시대에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가 '고용불안'이다. 기술기업들의 해고현황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레이오프.fyi'에 따르면 지난해 12만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해고된 인력은 10만1550명에 달한다. 고학력과 고임금 근로자가 AI 대체직군에 그만큼 많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지식과 학벌로 쌓아올린 중산층 신화가 균열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AI 전환(AX)을 서두른다. 머니투데이가 최근 국내 주요 ICT(정보통신기술)기업 20여곳을 조사한 결과 선언이나 구호가 아닌 실제 성과의 수치로 변화가 나타났다. 대체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거나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원을 줄인 사례다. 이제 기업들은 AI 전환을 넘어 AI가 업무를 실제 실행까지 자동으로 완수하는 에이전틱 시대를 준비한다.
이 같은 성과 뒤엔 슬그머니 우려가 따라붙는다. 일부 기업의 관계자는 신입직원 채용을 중단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혁신이 곧 미래세대의 진입로를 차단하는 '채용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입직원 채용이 줄어든다면 수년 뒤엔 기술만 남고 사람은 없는 인적 자본의 공동화를 맞이할 수도 있다. 기술의 효율이 노동의 가치를 압도할수록 혁신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하고 미래세대의 자리를 지켜낼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AI 시대 인간의 경쟁력으로 '인간다움'을 강조한다. AI가 과거를 학습해 정해진 길을 찾을 때 인간(미래세대)에게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 제도가 필요하다. "AI 시스템에 생각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인간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이세돌 9단의 충고를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