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을 73.7%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한국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 파업 우려는 일단 가셨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갈등의 봉합이 아니라 노노 갈등과 주주 반발, 산업계 연쇄 파장을 예고하는 출발점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내부 균열이다. 특별성과급 기준으로 DS 직원은 1인당 6억원 안팎을, 완제품 중심 DX 직원은 600만원 수준을 받게 된다. DX 부문이 중심인 '동행노조'는 효력정지 가처분과 무효 소송까지 검토중이다. 반도체 침체기에 투자를 떠받쳤음에도 보상 격차가 커지면서 한 회사 안에서 '한 지붕 두 가족' 구도가 굳어지는 형국이다.
주주들은 세금과 배당을 떼기 전에 영업이익에서 성과급을 먼저 떼는 방식이 자본 배분 원칙을 흔든다며 무효 소송과 위법행위 유지청구 가처분을 예고했다. 자사주 활용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성과급을 전액 자사주로 주려면 삼성전자는 3년간 상장 주식의 약 7.6%인 4억4500만 주를 사들여야 한다.
파장은 삼성그룹은 물론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미 삼성전기 노조는 영업이익의 12%를,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중공업 등은 대규모 특별 보상을 요구 중이다. 'N% 룰' 관행의 단초를 제공한 SK하이닉스에 이어 현대차 노조 역시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강경 투쟁을 천명했다.
노사관계의 원칙에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경영 실적에 따라 변동돼야 할 성과급이 총파업까지 불사하며 쟁취할 쟁의 사항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법원은 경영성과에 연동된 특별 성과급을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반도체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기에 이익이 늘었다고 매번 영업이익의 N%를 관행적으로 떼어 사실상 고정비 성격의 성과급으로 써 버리면, 불황기에 투자 여력과 고용 안전판이 동시에 약해진다.
영업이익을 둘러싼 노사 간 극한 대치가 반복되지 않도록 초과 이익은 직원뿐만 아니라 주주 환원과 시설·R&D 투자, 재무 건전성 제고에까지 균형 있게 쓰여야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고용 안정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 성과 배분 룰을 재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