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천피' 소수의 풍요 속 다수의 빈곤

머니투데이
2026.06.22 04:00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포인트를 돌파 마감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로 마감했다. (공동취재)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코스피지수가 고공행진을 한다. 하지만 급등한 지수만 보고 한국 자본시장이 건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대형주를 제외하고는 주가가 정체상태이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치기 때문이다.

대다수 종목 투자자는 웃지 못한다. 지난 18일 코스피지수가 2.25% 상승하며 9000선을 돌파했을 때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 종목 수는 109개에 머물렀다. 하락 종목 수는 791개로 7배가 넘었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55%에 달한다. 이대로라면 코스피지수는 머지않아 '삼전닉스지수'라고 불릴 것이다. '삼전닉스'가 없는 코스닥은 지난 19일 1000선도 내줬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들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우리의 자랑이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도 이들 기업의 역할이 크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드는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코스피 상승이 곧 자본시장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업종과 소수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에는 반도체 ETF(상장지수펀드)와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가 상승할수록 시장 자금은 더욱 집중되고, 중소형 성장주와 혁신기업은 오히려 소외된다. 자금조달 비용 감소와 그로 인한 R&D·설비투자 확대 효과도 극소수 기업만 누린다. 중소·중견기업은 오히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전체 시장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건강한 시장이라면 다양한 산업과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야 한다. 자본시장의 경쟁력은 시가총액 1, 2위 기업의 크기가 아니라 새로운 투자 대상이 얼마나 꾸준히 등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본이 소수 종목에만 머무르지 않고 순환해야 특정 업종의 흥망에 좌우되지 않는 탄탄한 시장이 가능하다.

기술력은 있지만 소외된 기업이 보다 쉽게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게 하는 방안을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정부성장펀드를 비롯한 공공 주도 펀드를 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마중물로 적극 활용하고 혁신기업이 보다 쉽게 상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제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