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30일 근무지인 서울에 도착했다. 재미 한국계 여성으로는 주한미대사 첫 사례인 스틸 대사의 부임으로 공백 상태였던 대사 자리는 1년 반 만에 채워졌다. 지한파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공화당 주류와도 가깝다고 알려진 그가 대리대사 체제의 소원함을 넘어서 동맹 강화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향민의 딸로 서울에서 태어나 20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스틸 대사는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정치에 몸담으면서 연방 하원 의원을 역임했다. 한국어가 능통해 양국의 정서와 문화적·역사적 공감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평가다. 스틸 대사는 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로 함께 더 강력하고 번영하는 동맹의 비전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 시절부터 대중 강경론자로 꼽혀온 스틸 대사는 지명 후 미 의회의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쿠팡, 한국의 통일교 등 종교단체 수사문제에 대해 미국기업 차별, 종교탄압같은 트럼프 정부와 유사한 목소리를 내 국내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 반발을 샀다. 스틸 대사는 부임 이후 정치인으로서의 소신과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구분해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입장만을 전달하기보다 한국의 상황을 본국에 가감없이 전달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과거 스틸 대사의 정치인 시절의 발언에 얽매여 비난 성명을 내놓는 등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현재 한미 간에는 대미 투자와 관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협력 등 안보·경제 현안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처리, 마스가프로젝트로 상징되는 양국 조선업 협력강화 문제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Joint Fact Sheet) 발표 이래 실행에 속도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스틸 대사는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등과의 만남에서 '한국 정부와 대립보다는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미 양국은 동맹을 상징하는 '같이 갑시다(Go Together)'라는 구호처럼 스틸 대사 부임을 새로운 도약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