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택의 딥포인트]상속세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

[강기택의 딥포인트]상속세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

강기택 논설위원
2026.07.30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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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쟁력 제고 위한 상속세 설계
투자와 고용확대로 코리아 밸류업
개인·국민연금 자산 지키는 제도로

 /사진=임종철
/사진=임종철

"부자를 위해 상속세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개미투자자와 국민연금, 퇴직연금을 위해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상속세를 줄이려고 주가를 낮추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도 안 하고 편법적 승계에만 매달리면 막을 수도 없고, 기업 경쟁력은 떨어지고, 일자리는 줄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심해진다."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해 온 강성부 KCGI 대표의 저서 '좋은 기업 나쁜 주식 이상한 대주주' 중 한 대목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배당 활성화와 자사주 매입·소각,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주주환원 제도화가 빠르게 진전됐다. 여기에 더해 상장사 대주주가 상속·승계를 앞두고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까지 논의된다.

이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8배 미만인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가업을 상속·증여할 때 4개월 평균 주가 대신 순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반영해 비상장주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평가하고, 세금 계산 기준도 순자산가치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상속 국면의 '주가 누르기'라는 증상을 겨냥한 처방으로 유효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상속세를 그대로 두는 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지만 상장사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할증이 붙어 실효 최고세율이 60%까지 치솟는다. 주가가 오를수록 상속세 부담이 커지니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보다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혁신과 성장에 써야 할 역량을 세법의 틈새를 찾고 편법 승계 구조를 설계하는 데 소모한다. 그 결과 재벌가의 편법 승계에 대한 비판과 반기업 정서가 커진다.

'백년기업'을 키우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오너 일가가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제3자 매각을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과정에서 고용과 지역 산업 생태계도 흔들린다. 반면 일본·독일 등은 장수기업을 국가 경쟁력의 근간으로 보고 승계 과정의 세 부담을 완화하거나 납부를 유예해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 보전, 기술의 세대 간 전승을 도모한다.

한국 사회는 상속세 인하 논의가 나올 때마다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에 갇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상속세를 장기적 과세기반의 관점에서 보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서울대 유병준 교수의 연구 결과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면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억제, 해외 자산의 국내 복귀, 신규 해외자본 유입 등으로 총 잠재 과세기반이 약 474조원에서 약 676조원으로 확대된다.

유 교수는 조세수입과 자본 유출 억제, 성장잠재력 확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균형적 최적 상속세율'을 약 22% 수준으로 제시한다. 단기적으로 잠재 상속세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과세기반이 커지고 투자와 고용이 증가하면서 다른 세목의 세수가 복리처럼 쌓여 2030년대 후반 이후 현행 상속세 체계를 추월하는 '세수 역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기업, 납세자이자 소액주주인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다.

자본에 국경이 없는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명목세율을 손대지 않고 조건부 특례나 미봉책을 덧대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오히려 절차적 복잡성과 편법 양산이라는 부작용만 부를 뿐이다. 올해도 상속세율을 낮추는 방향의 개편은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경제적 타당성보다 정치적 논리가 앞서 감세를 꺼내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더 많이 투자하고 고용을 늘리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대주주일수록 세 부담을 덜어주는 인센티브 중심의 세제를 도입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조세 체계는 자본시장 발전을 촉진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것이 국부와 국익은 물론 개미투자자와 국민연금·퇴직연금 자산까지 지키는 한 차원 높은 세제의 방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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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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