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업상속공제 대신 상속세 손질해야

머니투데이
2026.08.14 04:00

이재명 대통령이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한 세제개편안을 놓고 일부에서 비판이 제기된 것과 관련, "부당감면 축소는 조세정상화의 길"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개편안에 따라 앞으로 가업상속공제를 못받게 된 업종의 사업자들이 반발할 조짐이라는 기사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런 업종에 수백억씩 상속세 감면을 계속하는 게 공정할까요?"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간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제빵 시설 없이도 제과점업으로 등록해 세금 공제를 받고, 부동산 상속을 위해 주차장업을 활용하는 등 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지적되던 터였다. 이에 따라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공제 대상인 '가업'의 정의에서 프렌차이즈 등 타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술・노하우로 사업하는 경우나 부동산을 통한 소득, 이자・배당소득이 주된 소득인 경우를 제외했다. 특히 주차장업과 함께 마트, 버스・택시 운송업, 창고업, 병원, 약국 등의 업종은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악용을 막는 것을 넘어 제도를 대폭 축소했다는 점이다. 피상속인 요건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에서 앞으로는 '30년 이상 계속 경영'으로 강화되고 상속인 요건 또한 '상속 개시 전 2년 이상 가업 종사'에서 '5년 이상 계속 종사'로 엄격해진다.

한국의 상속세 실질 최고세율은 60%(최대주주 할증 포함)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가업상속공제는 이같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폐업하거나 매각하는 사례를 줄여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나마 있던 제도조차 줄이겠다는 것은 기업에 축적된 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막고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도의 본질을 외면해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결국 문제의 뿌리는 가업상속공제가 아니라 과도한 상속세 부담 자체에 있다. 2000년대 들어 이중과세 문제와 자본 유출 방지를 이유로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국가가 적지 않다. 정부가 즐겨 사용하는 '조세정상화'가 단순한 수사적 장치가 아니라면 국제적 흐름에서 동떨어진 '갈라파고스적 세제'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상속세 제도 전반이 '정상화' 대상이다. 가업상속공제의 문턱을 높일 것이 아니라, 높은 상속세 부담 자체가 정상적인지부터 묻고 근본적인 상속세 개편에 나서야 한다.

(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재정경제부는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현행 600억 원에서 최대 1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친족 승계가 어려운 기업을 위해 제3자에게 사업을 넘기는 경우에도 세제 혜택을 주는 특례를 신설한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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