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mRNA 백신 자급화...국민 지킬 '방패' 갖춰야

임동욱 바이오부장
2026.08.19 05:24

코로나19 당시 국산 백신 개발 나섰지만 불발
2028년까지 백신 국산화·개발 플랫폼 확보 목표
백신 내셔널리즘에서 국민 지킬 수 있어야

#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4월, 정부는 대통령 주재 합동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연내에 국산 치료제를, 다음 해인 2021년엔 국산 백신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부의 중심 메시지는 '국산 백신 개발'이었고, 해외 백신은 필요할 경우 단계적으로 수입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처음 접하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단기간에 독자 개발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상황이 악화하자 정부는 2020년 말부터 해외 백신 도입 물량을 크게 늘리려 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 영국, EU(유럽연합) 등이 여러 종류를 동시에 대량 선구매한 상태였다. 당시 백신 시장은 일반 의약품처럼 승인된 후 주문하는 상품이 아니라, 임상 성공 전에 생산 슬롯을 예약해야 하는 극단적인 판매자 우위 시장이었다. 결국 접종은 수개월 미뤄졌다.

# 질병관리청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2028년까지 코로나19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국산화하는 등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를 자급화하겠다고 밝혔다. 총 5052억원의 예산을 투입, 전량 수입 중인 mRNA 백신을 국산화하고 신속 개발 플랫폼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관을 상대로 비임상부터 임상 3상까지 전 개발 과정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한다. 정부의 이같은 시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사업에 참여 중인 GC녹십자, 한국비엠아이 컨소시엄은 현재 각각 임상 2상, 임상 1상 진입 단계까지 백신 개발을 진행했다.

정부는 신속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면 팬데믹 상황에서도 최대 200일 내 백신 제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을 통한 항원 규체만으로 3~6개월 만에 새로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 발생 당시 만해도 백신이 수년 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려웠다. 새로운 백신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수십 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 1950년대 중반 처음 개발된 폴리오 백신은 실제로 사용되기까지 무려 50여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백신개발이 가장 빨리 이뤄진 것은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백신으로, 1970년대 개발하기 시작해 마무리하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그러나 인간 세포의 기능을 이용하는 mRNA 백신은 게임의 룰을 바꿨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용액을 가지고 연구하는게 아니라, 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백신을 개발했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모더나의 연구원들은 2020년 1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게놈 서열 정보가 담긴 컴퓨터 파일을 입수, 이틀 만에 모더나 백신을 만들 레시피를 완성했다. 두달 후 첫번째 인간 실험이 진행됐고, 9개월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

부작용 등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mRNA 백신은 다양한 질병에 대한 백신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한 mRNA 플랫폼 기술은 이제 코로나19를 넘어 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말라리아, 결핵, 알츠하이머,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같은 핵심 기술은 국민을 바이러스와 국가 간 경쟁(백신 내셔널리즘)에서 지킬 수 있는 방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음 팬데믹은 언제 어떻게 올 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준비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곳의 운명이 극적으로 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mRNA 백신 국산화는 생존의 문제인 만큼,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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