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정부는 자율주행, 피지컬 AI 등의 고신뢰, 초저지연 서비스 제공을 위한 'Hyper AI 네트워크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에 따르면 유무선 네트워크를 고도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6G를 상용화하고, AI와 무선접속망을 결합한 AI-RAN을 500개 이상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통신3사와 함께 'AI 시대 통신망 투자촉진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발족하였으며, 연내 차세대 통신망 투자 및 규제 개선 정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통신정책은 투자 활성화보다는 가계부담 완화를 위한 요금인하에 집중해 왔다. 올해 4월 정부는 기존요금제에 데이터 안심옵션(QoS)을 적용하고 2만 원대 5G 요금제를 도입하여 연 3000억원 이상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통신산업에서는 서비스 기반 경쟁과 설비 기반 경쟁이 교대로 나타난다. 서비스 기반 경쟁과정에서 품질개선과 요금인하가 나타나지만, 규제로 인해 과도하게 요금이 낮아지면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재원 마련이 어려워져 네트워크 진화가 늦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연쇄적으로 차세대 망에서 가능한 신규 서비스 도입이 지연되면서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도 감소하게 된다.
통신 3사의 설비투자는 5G 서비스가 상용화된 2019년 9조6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6조2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통신산업 특성상 초기 대규모 투자 이후 커버리지 확대 및 품질 안정화 단계를 거치면서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 하지만, 통신 3사는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신규 사업투자는 확대하는 반면 기존 네트워크는 운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유지보수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5G 보급률이 80%가 넘은 상황에서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이 정체돼 있어 차세대 네트워크로 전환할 유인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 규제당국이 투자 이후 요금을 인하해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지면 투자유인이 약화된다. 특히, 6G, AI-RAN과 같이 투자규모가 크고 회수기간이 긴 경우 규제의 예측가능성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따라서, 정부는 요금인하 정책보다는 이용자 후생과 네트워크 투자유인을 함께 고려해 투자연계형 요금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통신사업자가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경우 적정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예측가능한 제도적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도 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목표로 맞춤형으로 정교하게 설계하여 요금절감효과를 높여야 한다.
통신사업자들도 기존 수익모델에 안주해서는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5G 단독 망에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원격의료, 산업용 AI 등 기업고객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신규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통신 네트워크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 통신사업자는 혁신 서비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정부는 예측가능한 규제와 투자유인 제도를 마련하여 AI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