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빠 꼭 다시 만나요" 거듭된 소방관 참사

머니투데이
2026.10.20 04:00
19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에서 한 소방대원이 김 소방위 부천소방서 동료의 조사를 들으며 오열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사진=조현호

경기 부천시 공장 화재 진압 도중 숨진 고(故) 김진석(44) 소방위의 영결식이 19일 엄수됐다.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라고 연필로 쓴 편지로 국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고인의 7살 딸은 엄마 품에 안겨 다시 못 볼 아빠를 배웅했다. 동료 소방대원들은 오열하며 헌화했고, '재정 빨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추미애 경기지사는 고개를 떨궜다.

정부와 여당은 소방관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방관의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은 국가의 무한 책임"이라며 " 예산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보강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X에 "국민들은 님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추 지사의 발언 논란만 제외하고는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 지난 4월엔 전남광주 완도 수산물 가공업체 화재를 진압하던 박승원(44) 소방경과 노태영(30) 소방교가 순직했다. 박 소방경은 세 아이의 아버지였다. 노 소방교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당시에도 이 대통령은 "순직 소방공무원들의 숭고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했고, 정청래 여당 대표는 "정부와 여당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비극이 거듭되는 배경으로 사고가 날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질 뿐, 고치지 않는 예산 문제가 지목된다. 2020년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전체 소방 예산의 약 90%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 부담이다. 국비 지원은 연간 약 8700억 원 수준에서 수년째 동결 상태다. 경기도가 소방장비 예산을 삭감한 것처럼 소방이 지자체의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대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역대 최고의 세수 풍년에 기대 전 국민 현금 지원 구실만 찾고 있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예산 부족과 부실 장비,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것이다. 민간 기업에서 이런 사망사고가 반복 발생했다면 해당 기업 경영진은 엄중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소방관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함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는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소방관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면, 누군가의 아빠이자 약혼자일 수 있는 소방관의 안전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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