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사법시험이 '희망의 사다리'가 아닌 것은 이미 증명됐습니다. 신뢰를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20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로스쿨에 대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법시험보다 로스쿨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스쿨은 금수저만 다닐 수 있는 곳'이라는 지적에는 "모든 교육에는 비용이 발생한다"며 국가 지원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최근 로스쿨은 출범 이래 가장 큰 논란을 겪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3년간 입학생을 전수 조사한 결과,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한 자기소개서가 24건 적발됐다. 자기소개서에 부모가 '전직 시장'이라는 것을 밝힌 지원자가 합격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분개했고 사법시험 존치론자들은 로스쿨의 비싼 등록금까지 들고나와 "'금수저'의 전유물"이라고 바판하는 상황이다.
이화여대 로스쿨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오 이사장은 최근 로스쿨을 둘러싼 논쟁을 '흠집내기'라고 바라봤다. 그는 "로스쿨에 대한 많은 논란은 갖추면 좋은 요소에만 집중할 뿐 이미 갖추고 있는 요소는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60년이 넘은 사법시험제도와 달리 생긴지 8년밖에 안 된 제도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이사장은 "로스쿨을 공격하는 사람들의 분주함만큼 로스쿨과 로스쿨협의회의 반응은 부족했다"면서 "지금까지는 로스쿨 내부 문제를 다루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앞으로는 외부와의 소통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로스쿨은 폐쇄적인 공간이고 선발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게 국민들의 가장 큰 문제제기다. 로스쿨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강구돼야 할까.
▶반대로 묻겠다. 무엇을 보여주면 국민들이 명확하다고 생각하고 수긍하실까. 내년부터는 법학적성시험(LEET) 평균점수와 학점평균, 전공 등 전형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서류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0점을 줬느냐를 자세히 알고 싶다는 것은 주관적 평가를 믿지 않는 것이다. 학점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핵심은 주관적 평가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의 문제다. 주관적 평가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까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다. 평가자가 현명한 곳도 있고 현명하지 못한 곳도 있지만 결국 10년 후면 알게 된다. 로스쿨은 10년 뒤에 졸업생이 한국 변호사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느냐, 그것으로 경쟁한다. 사실은 선발 이후부터가 걱정이다. 극단적으로 어떤 학교가 청탁받고 역량 안 되는 사람 뽑았다? 5년이나 10년 뒤에 당장 결과가 나온다.
-교육부가 등록금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싼 국공립은 동결, 사립은 10곳이 15% 인하, 1곳은 11.6% 인하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사립로스쿨 평균등록금이 1600만~1700만원에 달한다. 일반 국민 감정은 그래도 로스쿨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등록금이 비싼 근본이유는 무엇인가.
▶로스쿨 학비는 실질등록금(등록금–장학금)을 봐야 한다. 현재 국·공립과 사립로스쿨 모두 실질등록금이 1000만원이 안 된다. 지금 학생들이 내는 실질등록금은 교수 인건비 정도를 커버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로스쿨 교수가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또한 로스쿨 교수는 다른 분야에 비해 그 수가 더 많다.
오히려 비용에 대한 가장 근본적 질문은 이것이다. 학습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비용을 누가 낼 것인가를 사회가 정해야 한다. 사법시험 시절에는 국가가 사법연수원이라는 형태로 냈다. 내가 생각하는 이 문제의 해답은 장학금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소득 5분위가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인데 5분위 이하 학생에게는 전액장학금을 주면 적어도 한국에서 가난해서 로스쿨에 못 온다는 이야기는 없어질 것이다. 소득재분배의 효과도 있다.
물론 정부가 비용을 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러려면 등록금이 높다고 불평하면 안 된다. 누군가는 교육에 드는 비용을 대야 한다. 로스쿨 비용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용 없이 교육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부가 안 내면 수요자가 내야 한다. 학교가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학생이 등록금 적게 내야 한다고 이야기하려면 그 돈을 정부가 더 대라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발제도 개선안을 보면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면접과 같은 정성평가 비중을 줄이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인지. 일부에서는 정성평가 확대를 주장하기도 한다.
▶각 학교가 생각하는 인재상을 뽑는데 정량과 정성을 어느 정도 비율로 평가하는 게 합리적이냐는 그 학교의 판단이다. 적어도 로스쿨 원장들이 보기에 우리 사회가 LEET 하나로 보자고 할 만큼 성숙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입시 전문가일수록 정성평가를 강조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많은 조사에 따르면 면접이 측정오차가 가장 적다는 게 학문적으로도 규명됐다. 신뢰사회가 되면 정성평가가 압도적으로 많다. 내가 미국 로스쿨에 진학할 때 토플과 학점, 자기소개서만 냈다. 토플 점수는 인상적이지(높지) 않은 점수였다. 내가 잘 선택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성숙한 사회에서는 정성평가를 하는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지난 2일 교육부가 입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자기소개서에 부모 신상을 기록하면 불합격 처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협의회가 최근 총회에서 가이드라인 설정 방침을 정했지만 명확한 제재 규정은 밝히지 않아 교육부 방침에 비해 후퇴했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것을 썼을 때 '무조건 실격'이라는 것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먼저 확인해봐야 한다. 이를테면 다른 이야기를 인용하다가 자기소개서에 아버지나 친척 신상이 있었다면 실격시켜야 하나. 그런 극단적 제재는 상당히 명확해야 하고 징계권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권한의 한계를 넘지 말아야 한다. 제재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고 가능하지 않는 견해도 있는데 잘 따져봐야 한다. 규정을 정하는 데는 디테일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어렵다.
만약 아버지가 무직이라고 썼다면 직업을 쓴 건지 안 쓴 건지에 대한 논의도 있다. 현장에서 보면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룰을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제재 방안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건데 앞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정성평가, 즉 면접평가 기준이나 점수부여 방식 등도 공개하는 건가. 대학입시에서는 기출문제도 공개해서 학생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정성평가의 경우 학업 충실도라든가 전공에 얼마나 집중해서 수강했는지가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점수부여 방식 공개는 쉽지 않다. 학교마다 모두 (정성평가 지표를) 정량화했는지 의문이고 정량화했다면 또 학생들이 거기에만 맞출 것이다. 정성평가기준 공개가 조심스러운 이유는 학생들이 그 기준에만 맞출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재 논란이 된 '현대판 음서제'니 '금수저'니 하는 논란이 사법시험 폐지 갈등에서 확대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로스쿨이 처음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보완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로스쿨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애정을 갖고 비판하는 것과 흠집을 내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현재 논란의 문제점은 로스쿨에 흠집을 내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려는 목적이 뚜렷이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난한 사람한테 로스쿨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사시존치론자들은 잘못된 팩트를 주장한다. 높은 등록금이 심리적 저항감을 가져온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이러한 애정 어린 지적이 아니라 로스쿨을 흠집내 사법시험을 존치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보인다. 선의의 비판과 악의의 비판은 큰 차이가 있다.
사법시험은 5년동안 돈을 안 벌고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볼 수 있는 시험이다. 돈 없는 사람에게는 사법시험이 '희망의 사다리'라는 말이 애초에 논리적으로 틀린 말이라는 거다. 로스쿨이 돈 없는 사람은 못 들어온다는 가정도 틀리지만, 그 가정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사법시험이 돈 없는 사람이 칠 수 있고 돈 없는 사람을 위한 시험이란 것은 그 자체로 틀린 이야기다. 이러한 논리가 한동안 우리 사회에 먹혔다는 점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선발'이 아니라 '양성'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변호사시험(변시)도 선발시험이 아니라 자격시험이 되어야 하는데 현행 변시는 로스쿨 도입 취지와 맞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졸업생들의 변시 합격률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변호사시험이나 합격률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말 그대로 교육을 통한 양성이 되려면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 돼야 한다. 지금 합격률이 50% 정도니까 지금은 자격시험과 선발시험의 중간 정도다. 변시가 자격시험화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알아야 한다. 자격시험은 무슨 문제가 나오는지 공개한다. 종래의 사법시험이 기출문제를 내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면 변호사시험은 기출문제 등 중요한 논점은 나와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는 기출문제가 나와서 그 문제를 70~80% 맞혔다면 합격이 보장돼야 로스쿨교육이 완전히 정상화된다.
학교에서는 많이 배우고 시험에서는 중요한 부분만 테스트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의대에서 굉장히 많은 실험을 하지만 의사고시에서 이를 모두 물어보지는 않는다. 테스트 범위를 알아야 한다. 알아야 할 것을 물어보는 시험이 올바른 변호사시험의 형태다. 또한 합격자 수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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