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는 세계적 트렌드다. 모든 학생이 코딩 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다. 한국의 자유학기제는 변화를 일으키기엔 너무 기간이 짧다."
핀란드 공교육 전문가인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 헬싱키대학교 교육학부 교수가 18일 대교 글로벌 교육포럼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살베리 교수는 30년간 핀란드 교육 개혁에 참여하면서 공교육 모델 정립에 기여한 인물로 하버드대학교 객원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책분석가 등을 역임했다.
살베리 교수는 간담회에서 교육 강국인 핀란드의 사례를 소개하며 입시 위주의 대한민국 교육과의 차이점을 언급했다. 살베리 교수는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가 특정 잣대에 맞춰 교사, 학교를 평가하는 것을 '교육개혁'이라 칭하지만 핀란드는 다르다"며 "교수법과 학습의 창의성을 강조하고 개별화 된 방식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등 자율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살베리 교수가 가장 먼저 언급한 핀란드 교육의 특징은 교사, 학생의 개별 능력을 기반으로 한 수행 평가 방식이다. 그는 "핀란드는 개별교사들이 모두 다른 방식으로 학생을 평가한다"며 "평가에 대한 불신을 방지하기 위해 핀란드 교원은 모두 석사학위를 받고 사범대에서 학생 평가법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 교사가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은 절대평가 쪽에 가깝다. 살베리 교수는 "일률적인 잣대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한 성취도를 평가하는 게 미국식 교육이라면 핀란드에선 학생의 현재 지식상태를 기반으로 성적을 매긴다"고 말했다.
'핀란드 학교는 숙제를 적게 내준다'는 편견에 대해서는 "잘못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살베리 교수는 "가능한 한 학교 내에서 모든 과제를 처리하지만 집에서 해와야 하는 과제는 고차원적 사고를 요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며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숙제 양도 꽤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자유학기제'에 대해서는 "한 학기로는 충분치 않다"고 꼬집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하며 한국 학생을 많이 만났고 현재도 한국인 제자의 자유학기제 관련 논문을 지도하고 있다"는 살베리 교수는 "1년에 2번 헬스장에 간다고 건강해지지 않듯 한 학기만 자유학기제를 운영한다고 해서 학생이 변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한국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할까. 살베리 교수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오히려 교육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들어 학생들이 스마트폰 등 기계나 미디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읽고 쓰는 것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눈을 마주친 채 대화하고 공감하는 능력, 특히 인문학적 소양 등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있는 세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살베리 교수는 "모든 학생들이 코딩을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대학 시절 때 갑자기 컴퓨터 교육 바람이 불어 모두가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때가 있었는데 5년 후엔 아무도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모든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는 것은 자원 낭비"라고 말했다.
교육이 불평등을 조장하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살베리 교수는 "학생 개개인의 능력, 성취도가 강조되면서 핀란드 역시 한국처럼 교육의 불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같은 외부 지표 대신 교육의 평등, 형평성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자원을 투입해야 더 좋은 교육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