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이대 총장, 학내 분규 81일만 '불명예 퇴진'

방윤영, 최민지, 김훈남 기자
2016.10.19 15:53

(종합)130년 이대 역사상 최초 중도사임 치욕, "최순실 딸 특혜는 없어" 여전히 부인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17일 학생들이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 중인 교내 ECC 이삼봉홀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19일 결국 사임했다. 올해 7월30일 학내 경찰력 투입으로 사퇴 요구가 시작된 지 81일만이다. 직장인 평생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일방 추진 논란에 현 정부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각종 특혜시비까지 불거지자 더이상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최 총장은 미래라이프대학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은 인정하면서도 정유라씨 특혜 의혹에 대해선 "있을 수도 없다"며 거듭 부인했다. 교수와 학생들은 특혜의혹 해명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향후 정상화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았다.

이화여대는 최 총장이 19일자로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1980년 이후 최연소 총장 타이틀로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이대 130년 역사상 최초로 4년 임기를 못 채우고 불명예 퇴진하는 총장이 됐다. 보직교수들 역시 조만간 뒤따라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

최 총장은 불명예 퇴진에 대해서 기자회견 등 일체 언론 접촉없이 '총장직을 사임하며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A4 한 장 분량 서면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최 총장은 "이화가 더이상 분열하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사임한다"며 "미래라이프대학 추진으로 본관점거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난무한 의혹까지 이화 구성원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사퇴압박의 단초가 된 미래라이프대학 졸속 추진에 대해선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이화여대는 교육부의 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에 참여해 30억원을 지원받고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에게 충분한 설명없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졸업장 장사' 논란이 일었다. 7월28일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했고 학교 측 요청으로 같은 달 30일 경찰 1600여명이 투입되며 사퇴 요구가 시작됐다. 학생들이 본관점거를 이어가자 최 총장은 8월3일 미래라이프대학사업을 철회했으나 퇴진 요구는 계속됐다.

최 총장은 "교육기회 확대의 건학이념과 '섬김과 나눔'이라는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추진했다"면서도 "구성원에게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하고 소통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최 총장은 사퇴표명과 함께 본관 점거를 풀고 학업에 복귀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학을 위해 체육특기생 입시조항을 신설하고 출석과 학점 등 학사과정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여전히 부인했다. 최 총장과 이대 학교 측은 17일 학내 구성원을 상대로 정유라씨 특혜의혹 설명회를 열었으나 명쾌한 설명보다는 "특혜가 없었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퇴진 요구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최 총장은 이날도 "지금까지 나온 의혹에 대해서 학교로선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해명했다"며 "체육특기자 관련 입시와 학사관리에 특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체육특기자 등 수업관리를 체계적이고 철저히 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예고했던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소속 비상대책위원회는 예정대로 시위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 총장이 사임한 만큼 '정유라씨 특혜 의혹 규명' 등으로 구호를 바꿔 외칠 예정이다.

비대위 소속 교수 A씨는 "총장의 사퇴발표로 기습을 당했다"며 "오늘은 간단히 입장발표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규상으로는 부총장이 총장업무를 대행하지만 학생들이 부총장을 포함한 현 집행부를 다 못 믿는다"며 "(최 총장의 사퇴로) 상황은 일단락됐는데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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