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학생들의 농성으로 이화여대 총장이 물러나면서 향후 학교 정상화 과정에 대학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차기 총장 선임부터 학교 구성원의 목소리가 반영될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19일 본인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사회가 최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면 최종적으로 최 총장의 거취가 결정된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에도 꿋꿋이 버티던 최 총장이 물러난 것은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이어진 최순실씨 관련 의혹, 이로 인한 교수 시위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 교수들의 뜻에 따라 총장이 물러나면서 앞으로 학교 구성원의 발언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대학생과 교수가 학교의 의사결정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리는 대학평의원회 정도다. 하지만 보통 11명의 평의원 중 학생 평의원은 1,2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거수기 정도의 역할에 그치고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한 것도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논의하는 평의원회에서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게 불씨가 됐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최 총장이 물러난 것은 학생들이 80일 넘게 본관점거를 벌였기 때문"이라면서 "향후 대학제도 내에서 학생들이 떳떳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학생회가 주축이 돼 점거를 진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력 면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주목되는 첫 분수령은 차기 총장 선임이다. 현재 이화여대 총장은 소수의 이사회 구성원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이 전혀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실제로 학내에서는 이번에 물러난 최경희 총장에 대해서도 "전직 총장들과 이사회의 '수렴청정' 하에 있다"는 평가가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130년만의 첫 시위를 주도하며 총장 선출 방식의 변경도 요구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당장 총장 직선제를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큰 만큼 이번 총장 선출 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총장이 물러났다고 해서 이화여대 사태가 매듭지어졌다고 말할 수 없다. 최 총장의 소통불능을 부른 것은 사립대학 특유의 폐쇄적인 결정 구조 때문"이라며 "다양한 통로를 통해 소수가 학교를 쥐고흔들 수 없는 체제가 확립돼야 하고 이를 위해 법인, 학교가 학생, 교수와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