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학교생활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A고교 2학년 학생)
"교사가 담당해야 할 과목 수가 늘고 교사별 시험 출제에 따른 부담도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B고교 사회 교사)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말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와 성취평가제(내신절대평가)와 더불어 새 정부 교육개혁의 핵심 정책이다. 교육부는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세부 추진계획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추진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탓에 교육계에서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기본 개념에서부터 평가제도나 교육과정, 교육방식 등을 놓고 백가쟁명식 논란이 한창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학처럼 고교에서도 학생들이 원하는 교과를 선택하고 교실을 돌며 수업을 듣는 '과목선택제'를 토대로 학점과 졸업을 연계하는 제도"라고 소개했지만, 구체적인 고교학점제 개념정리는 최근 교육부 내에 새로 구성된 학점제정책팀에서 다룰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여론도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는 지난달 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초중등 교사 2077명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고교학점제 찬성 의견은 47.4%, 반대 의견은 42.6%였다. 찬성하는 쪽은 수업선택권을 학생에게 확대해 학습효율을 높이고 진로 맞춤형 교육을 통해 개개인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교학점제에 반대하는 쪽은 내신절대평가와 교사별 평가, 교과교실제 등 제반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섣불리 도입했다가는 자칫 학교 혼란과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학서열화와 대입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 고교학점제만으로 학교교육의 변화를 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교육 개혁에 정통한 미국의 데이비드 타이악·래리 큐반 교수는 저서 '학교 없는 교육개혁'을 통해 "(정부가) 교사·학부모 등 교육공동체를 무시한 채 개혁을 남발하면 오히려 학교와 교육이 개선되기보다 개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니라 교육을 실제로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참여와 노력에 기반한 안으로부터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역대 정권에서 교육개혁은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다.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거나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런저런 교육 실험으로 아이들만 희생양이 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고교학점제 등 교육개혁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약속한대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가 되기 위해선 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잖아요. 전례 없는 새 교육정책은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되는 만큼 더 정확하고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