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고교학점제로 교육체질 개선..학생 개개인 잠재력 살릴것"

대담=오동희 사회부장(부국장), 정리=이해인 기자, 사진=김휘선
2019.06.24 05:30

[초대석]유 부총리, 국가교육회의에서라도 도입할 것..."인구변화, 교원수급 적정화 꾀할 것"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이유와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고교학점제는 달라진 세상에 맞게 우리 교육의 '체질'을 바꾸는 정책입니다. 지체하거나 멈출 수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취임 후 8개월 동안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등 강단 있게 정책을 추진해 온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그는 중점추진과제 가운데 하나인 '고교학점제'가 아이들 개개인의 잠재력을 살리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배우는 교육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 듣는 과정에서 같은 관심분야의 아이들과 토론하며 생각을 키우고 서로 존중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는 것.

다만 단순히 고교시스템이 바뀐다고 전체 교육계가 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입시체제에 대한 손질 없이는 우리 교육의 체질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고교학점제 추진과 동시에 교육평가방식, 교사연수, 교육공간의 내실화 등을 지체없이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이 같은 과제들을 맡아야 하지만 연내 출범하지 못할 경우 교육부가 나서 대입개편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국가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해선 교육적인 측면에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육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교육을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교육정책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일구는 정책인 만큼 그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교학점제 도입과 학령인구 급감 등 교육 현안에 대해 유 부총리를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요즘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고 남과 자신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얼마 전 한 대학생이 고(故) 이희호 여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을 때 참담함을 느꼈다.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입시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옆에 있는 친구와 토론하고 힘을 합치기보다는 당장 한 문제라도 더 맞아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르면 틀린 게 돼버린 것 같다. 고교학점제나 자유학기제, 공간혁신에는 이런 고민도 녹아 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만큼 아이들은 또래들과 토론하고 협업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차이가 있고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배우는, 배려와 존중하는 법을 깨닫게 될 거라고 본다.

-지난해 8월 고교학점제 도입 일정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설명해 달라.

▶고교학점제는 고교교육 전반의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이다. 제대로 안착 될 수 있도록 학교 현장 기반 조성과 제도 개선 과제 발굴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105개교로 시작한 연구 선도학교 규모를 올해는 354개교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특색있고 다양한 교육과정 및 고교학점제 우수 모델을 현장에 확산시키고자 한다. 당장 내년에 마이스터고에 학점제가 도입된다. 2022년에는 특성화고 전체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2025년에는 일반고까지 포함해 전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점제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학생 수도 급감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 국가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절실하다. 그러나 우리 고교교육은 획일적이고 입시위주다. 산업시대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미래사회를 살아 나갈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선 고교교육의 근본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 추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면서 드러난 어려움은 뭔가.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서는 교원의 증원부터 시설의 확충 등 인프라 뒷받침이 필수다. 이 때문에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산어촌 학교는 학점제를 실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학령인구 감소에도 교원을 확충하고 각 시도와 함께 학점제형 학교공간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농산어촌 지역에 대해서는 순회교사 확대,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활성화 등 특별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학점제를 우선 도입하는 마이스터고의 경우 학사 과정이 어떻게 바뀌나.

▶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과 학습경험을 선택하고 이수한다. 내년부터 학점제가 도입되는 마이스터고는 현행 교육과정의 과목 이수 '단위'를 '학점'으로 전환하게 된다. 졸업 총이수학점과 과목 재이수 여부 등 학점제의 제도적 요소는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를 통해 우선 적용한다. 교육과정 총론 및 법령 개정 사항은 전체 고교 대상의 고교 학점제 도입 일정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개정해 나갈 계획이다.

-학점제 도입을 위해선 대입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점제를 위한 대입개편 논의 시점은 언제인가.

▶대입은 국민의 관심이 높고 각자 처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 여러 의견이 대립한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만족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나오기 쉽지 않은 이유다. 수능 절대평가나 고교학점제 도입 등 변화하는 교육환경을 고려한 중장기적 대입정책은 앞으로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국가교육위 출범이 계속 늦어지면 수능절대평가 등 대입개편에 대해 교육부나 국가교육회의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학점제 도입을 위해선 내신 절대평가도 필요하다. 숙명여고 사태에서 보듯 내신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데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고교 내신의 성취평가제 안착을 위해서는 학생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상피제(교사인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학교의 보안 점검 정례화, 시험지 관련 시설 CC(폐쇄회로)TV 설치 등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교원의 평가에 대한 전문성 신장을 위해 실습중심의 교사 연수 강화 등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학점제 취지를 살리려면 다양한 수업 개설도 중요하다. 일반고 기준으로 과목 수를 2배 이상 늘려야 하는 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나.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선 교사 전문성과 역량 제고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교사 연수를 확대하고 다과목 지도 교사의 처우 개선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부전공 활성화, 순회교사의 교육지원청 배치 등 학생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학교 내 편성이 어려운 경우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교육과정 등을 통해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다양한 학습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가변형 교실 등 학점제형 학교공간 구축을 위해 교과교실제 기준 개편, 시설비 증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지방교육재정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을 경제적 효율성의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학령기 학생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은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오히려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국가경쟁력 제고를 도모해야 할 때다.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분야 대응책은 뭔가.

▶인구구조 변화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고교학점제 등 미래 교육 변화 등을 고려해 교원 수급 규모 등을 적정화하는 한편 학생 개개인의 역량 제고를 위한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자 한다.

또 학령기 중심 교육에서 탈피해 전 생애에 걸쳐 학습이 이뤄지는 평생교육 체제를 구축하고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학 폐교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에 대한 기본방향은 범부처 인구정책 방안을 통해 제시하고, 올 하반기 사회적 논의와 현장 의견수렴 등을 거쳐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교육자치 강화 측면에서 현행 국가직인 교원 신분을 지방직으로 바꾸는 게 맞지 않나.

▶교원의 지방직화 추진은 교원 지위 하락과 비정규 교원 확대, 지역 간 재정여건 차이로 인한 교육격차 심화 등 다양한 우려가 있다. 따라서 지방직화 추진을 위한 제반 여건을 조성해 나가면서 교원단체와 시도·교육청과 장기적으로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룬 후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역구 민심은 살펴보고 있나.

▶내년 총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지금 말하기 어렵다.

-교육현안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특별히 당부한 말씀이 있나.

▶최근에는 특별히 언급한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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