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으로 시청 공무원들이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고인으로부터 성추행을 장기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직 비서는 시 인권담당관실, 감사위원회 등 정식 신고 절차를 밟는 대신 고소장을 써 지난 8일 경찰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내부 자정 절차를 못 믿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힌 여성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공과 과를 균형잡힌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16일 서울시 여성 간부는 "일반적 문제라면 제대로 처리될 것이란 믿음이 있지만 비서실과 관계됐거나 고위층 사건인 경우 제대로 처리 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인식은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고인은 대권 잠룡으로 구분됐다. 평상시 발언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관리 받고 선출직으로 정치적 지지층까지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공직사회의 일반적인 사건과 달리 진상이 밝혀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그는 "전체적으론 작동하는데 특정 어딘가에선 막힐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의 주장은 여성 간부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상황을 보여준다. 이 소장은 A씨를 대리한 기자회견에서 A씨의 피해 호소에 대한 서울시 반응과 관련,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여라,' '비서의 업무는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A씨가 누구로부터 이 같은 사실상 은폐 요구를 받았는지는 서울시가 구성할 민관합동조사단이 밝혀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여성 간부는 "요즘은 누군가의 가족, 아내이기도 한 여자들이 다 직장 생활을 하는데 상사로부터 직위를 이용한 불미스런 피해를 입는 것은 말 하나 마나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에게) 안 좋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분도 조직을 위해 나름대로 헌신한 공은 인정하면서도 불미스런 일이 사실이라면 그 진실을 규명해 과도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직원들의 민원을 대신해 주는 창구 역할도 하는 서울시 공무원 노조(서공노) 고위 관계자는 "그와 같은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만약 사전에 우리가 인지했다면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내리기 전에 해결부터 촉구했을 것"이라고 했다.
형사사건 전문인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조직의 수장과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오히려 내부 절차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만약 사건을 당한 이후 (사건을 신고할 창구를 찾기 위해) 얼마간 시간을 소요했더라도 이것이 가해자가 결백하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