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진상조사, 삼고초려했지만 여성단체들 반응은 미지근

김지훈 기자
2020.07.19 14:32

대표 못 만나고 허탕…감사위 참여 안건은 전면 철회

성추행 의혹에 여성단체 협조 난항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오른쪽 두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지난 17일 은평구에 있는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을 방문했다. 고미경 상임대표를 만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협조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려 했다가 허탕을 쳤다.

현장에 있던 실무 활동가들은 송 실장에게 "대표님도 사무국장님도 부재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송 실장은 "서울시가 공문을 보냈는데 의견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돌아왔다.

같은 날 송 실장은 마포구에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실도 갔지만 이 역시 헛걸음이었다. 홈페이지 공지에는 '워크숍 기간'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송 실장은 '혹시 현장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갔다. 이 곳은 문이 잠겨 있었다.

서울시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 두 곳을 진상 규명에 참여시키는 것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합동조사단 운영을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세 번째로 보냈다. 외부 전문가 만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직원 성추행의혹과 관련한 합동조사단' 구성 방식 등에 대한 견해를 묻는 공문을 두 단체에 2회에 걸쳐 이들 단체 2곳에 발송했다.

답변을 받지 못하자 송 실장이 단체들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에 18일엔 전문가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또 발송했다.

두 단체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이번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없고 규명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한 바 있다. 사실상 참여 제안을 거부한 것.

두 단체는 경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견해다. 입장문엔 "경찰은 서울시청 6층에 있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관련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쓰여졌다.

서울시 "면피성 '셀프 감사' 아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황인식 서울시대변인이 15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 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2020.7.15/뉴스1

시 외부에선 민관합동조사단이 검찰처럼 강제 수사권을 지닌 조직이 아니어서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전임 시장과 관련된 문제를 시가 조사하면 자칫 면피성 '셀프 감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 역시 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기존 합동조사단에 시 감사위원회를 참여시키는 안건을 내부 검토한 끝에 이를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대신 여성단체·인권전문가·법률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 만으로 조사단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사단 명칭도 당초 '민·관합동조사단'에서 민·관 글자를 뺀 합동조사단으로 바꿨다.

조사위원은 여성권익 전문가 3명, 인권 전문가 3명, 법률 전문가 3명으로 구성키로 했다.조사단장은 호선으로 선출한다는 목표다.

시는 필요하다면 고발 조치 등을 통해 수사 기관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내부 기구의 참여 배제 등으로 조사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실규명에 대한 시민 요구에 응답하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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