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단순 폐기물이 아니다. 산업과 일상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이며, 그 처리는 산업을 지탱하고 시민의 삶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이다. 폐기물 관리는 물류·에너지·안전·수용성을 아우르는 기본 사회 인프라다. 최근 수도권을 비롯한 사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핵심은 실행의 순서와 원칙이 무너진 채 제도가 앞서나간 탓이다.
수도권매립지는 본래 광역권의 최종 안전판으로 설계됐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의 존재 이유 또한 안정적 처리, 환경관리, 공공성 유지에 있다. 2015년 4자 협의체 합의에 따라 현재 제3-1매립장을 사용하면서 대체 매립지 조성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고, 대체 매립지 확보가 어려운 경우 잔여 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에서 추가 사용도 가능하도록 했다. 최근 몇 년간 반입량 변화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2025년 수도권 매립지 반입량은 2020년 대비 약 65% 급감했으며, 직매립이 금지된 올해는 전년 대비 5%에 불과하다.
문제는 수도권 내 신규 소각시설 확충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직매립 금지가 강행되며, 지역 갈등과 환경적 우려, 물류 혼란이 한꺼번에 분출했다는 점이다. 이때 발생지처리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완충 수단은, 시·도 협력과 투자로 전환기용 안전판을 만들고 아직 잔여 용량이 남아 있는 수도권매립지를 조건부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올해 1월 현재 제3-1매립장은 약 66% 정도 사용한 상태다.
발생지처리원칙의 요지는 톤·킬로미터(ton-㎞)를 줄여 탄소·질소산화물(NOx)·미세먼지와 교통 외부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배출된 생활폐기물이 권역 밖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해 민간 시설로 반입되는 현재의 관행은 이 원칙에 명백히 역행한다. 장거리 이송은 동일 처리량 대비 에너지 사용과 배출을 누적시키고, 도로 혼잡과 안전사고 위험을 높인다. 그 비용은 결국 처리비 인상으로 돌아와 가계와 지자체의 부담을 키운다.
사회적 비용도 문제다. 반입지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과 환경 불안은 지역갈등으로 번지고, 지자체 간 소송·협약 파기, 허가 지연 등 사회적 거래비용이 커진다. 장거리 이송의 환경·사회 비용은 회계장부 밖에서 이미 누적되고 있다. 수송 거리 연동 탄소지표, NOx 배출, 소음·진동, 운송 사고 위험 등은 주민 신뢰를 갉아먹고, 반입지의 정치적 저항을 구조화한다. 모든 부담은 다시 지자체에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수도권 매립지 조성 목적을 떠올리면 전환기 동안 잔여 용량을 전처리·선별 후 불가피한 잔재만 조건부로 활용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맞다. 잔여 용량을 봉인한 채 무조건적이고 원칙적인 직매립 금지만 강행된다면, 쓰레기의 지방 전가로 생긴 지역간 갈등 주민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고, 기본 사회인프라에 대한 공공 통제력은 약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된다"는 선언이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게 쓰고 줄일 것인가"에 대한 실행 시나리오다. 오늘의 혼란은 정부가 준비 없이 규범을 앞세우고, 인프라·물류·가격·데이터 거버넌스를 정렬하지 않은 탓이 크다. 직매립 금지의 방향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순서와 수단이 비어 있었다는 게 문제다. 수도권 매립지의 잔여 용량을 한시적·조건부로 활용해 발생지처리원칙을 지키고, 거리·탄소·잔재율에 연동된 요금으로 시장 신호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 위에 매립지의 공공성 기준과 SL공사의 역할 재정의를 투명하게 제시하면 된다. 쓰레기를 사회 인프라로 다루는 정부만이 환경 성과와 비용 안정, 그리고 지역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