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조치원읍은 고려대·홍익대 세종캠퍼스가 있는 대학도시다. 하지만 청년 대부분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이곳을 떠난다. 매년 3000명 넘는 학생이 유입되지만, 지역 정착률은 5.9%에 불과하다. 전국 최하위권이다. 청년이 없는 게 아니라, 머물 이유가 부족했다.
'조치구 토박이'이자 '청년희망팩토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청년희망팩토리) 인병구 이사장은 지난 7일 "조치원은 천안·대전·청주 등 인접 도시 접근성이 좋은 만큼 청년 유출이 더 쉬운 구조"라면서 "실제로 동창들 가운데 70~80% 정도는 이미 다른 지역으로 떠난 상태"라고 말했다.
청년희망팩토리는 이 익숙한 흐름을 뒤집는 실험에서 출발했다. 체류형 관광이나 골목 상권 활성화, 유휴공간 재생에 집중한 기존 청년마을 사업과 달리 청년희망팩토리가 파고든 건 조금 다른 문제였다. 왜 청년은 지역에 남는 것을 실패처럼 느끼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졸업한 강기훈 청년희망팩토리 대외협력 이사는 이를 '지방열등감'이라고 표현했다. 2~3대 이사장을 역임한 강 이사는 "지방 사람들은 '산다'보다 '남아 있다'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며 "그 말 안에는 결국 지역은 떠나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했다.
강 이사 역시 처음부터 지역에 남을 생각은 없었다. 울산 출신인 그는 대학 진학 후 "졸업하면 당연히 서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실제 서울에서 영상 프로덕션 일을 하며 2년 정도 생활했지만 기대했던 삶과는 달랐다.
다시 세종에 내려온 강 이사는 지역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역에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청년희망팩토리는 이를 '지역효능감'이라는 방식으로 풀고 있다. 지역에서도 내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경험이 쌓여야 정착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청년희망팩토리가 강조하는 것도 거창한 성공보다 '작은 성공 경험'이다. 지역 축제와 팝업 행사, 공동 프로젝트 등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 안에서 역할을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에 주목했다. 실제 청년희망팩토리는 청년 사업자들을 지역 행사와 연결하고 공동 판매장과 코워킹 공간 등을 운영하며 초기 실패 비용을 낮추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강 이사는 "서울은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많지만, 지역은 한 번 실패하면 바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경험과 성취가 반복되면서 '여기서도 해볼 수 있겠다'는 감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 일과 동네 사람들이 연결될수록 정착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주민들의 시선이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어차피 하다 떠날 청년들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조치원에는 과거 외부 사업과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반복적으로 들어왔다 사라진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청년희망팩토리는 내년이면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현재 조합원은 40여명이다. 강 이사는 앞으로 조치원 곳곳에 더 다양한 청년 조직과 활동이 생겨나길 바라고 있다. 강 이사는 "지역에 산다는 게 특별한 선택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각자 살고 싶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희망팩토리의 실험은 단순한 창업 지원이 아니다.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구조와 남아도 괜찮다는 인식을 만드는 시도다. 청년이 '왜 남아 있냐'고 묻지 않는 지역을 향한 실험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