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고공행진 뒤 '천세' 파문… 역사왜곡 논란으로 얼룩진 종영

아이유·변우석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자체 최고 시청률 13.8%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종영 당일 터져 나온 역사왜곡 논란이 흥행의 빛을 가렸다. 300억원 대작의 퇴장치고는 뒷맛이 씁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방영 시작과 동시에 경쟁작인 SBS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7.8%로 시작한 뒤 꾸준히 성적을 끌어올리며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상승세는 중반 이후 더 가팔라졌다. 10회는 전국 13.3%, 수도권 13.5%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역대 MBC 금토드라마 시청률 5위에 올랐다. 최종회는 수도권 14.1%, 전국 13.8%, 2054 5.9%로 마감하며 토요일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1위, 분당 최고 16.1%를 기록했다.
OTT 성과도 눈부셨다. 디즈니+는 "'21세기 대군부인'이 공개 후 28일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한국 시리즈로 등극했다"며 "APAC(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제외해도 글로벌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한국 시리즈"라고 밝혔다. 미국 타임지가 '2026년 가장 기대되는 드라마'로 선정했고, 이례적으로 광고 완판까지 기록했다.

흥행 곡선이 정점을 향하던 바로 그 순간 균열이 시작됐다. 논란의 발단은 11회 방영분이었다.
이안대군(변우석)이 온갖 고난을 딛고 마침내 왕위에 오르는 즉위식 장면에서 신하들이 자주국의 상징인 "만세" 대신 제후국이 황제국에 예속됐을 때 사용하는 "천세"를 외쳤다. 변우석이 착용한 면관 역시 자주적인 황제의 12류면이 아닌, 격하된 9류면관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시청자 게시판은 폭발했다.
앞서 고종은 1897년 황제국을 선포하며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스스로 황제로 즉위했다. 비록 '21세기 대군부인'은 정조 이후 평행세계라는 점에서 현실과 차이가 있지만 자주독립국이라면 대한제국이 그랬듯 '왕'이 아닌 '황제'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은 즉위식 장면에 그치지 않았다. 성희주(아이유)가 대비 윤이랑(공승연)과 독대하는 장면에서 우리나라 방식이 아닌 중국식 다도 방법을 따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복 입기를 거부하는 점 등에 대해서도 의도적으로 한국의 역사를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수많은 역사왜곡 의혹 속에서 제작진이 마지막회 방송 당일에야 뒤늦게 사과에 나서자 수긍보다는 비판 여론이 더 강하게 일었다. 이미 전반적인 설정부터 오류가 있으며, 글로벌 OTT를 통해 송출된 만큼 "천세"라는 표현 하나만 수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콘텐츠 자체를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마치 한국이 중국의 속국임을 전제한 '동북공정'(東北工程)식 역사 인식을 드라마가 무비판적으로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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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작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아이유의 경우, 회사 측에서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음에도 논란이 불거진 이후 팬들과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는 팬미팅 이벤트를 강행해 논란이 됐다.
다만 배우들의 책임을 묻는 데 대한 반론도 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캐스팅 단계에서는 초반부, 많아야 중반부까지 대본이 공유되기 때문에 사전에 논란의 소지를 미리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아이유 역시 방영 전 접한 편집본은 전체 12화 중 6화까지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작 '폭싹 속았수다'와 '선재 업고 튀어'를 통해 각각 큰 사랑을 받은 아이유와 변우석이지만, '21세기 대군부인'은 두 사람의 배우 행보에 많은 숙제를 남긴 작품이 됐다.
30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에 힘입어 시청률 두 자릿수와 디즈니+ 최다 시청 기록을 세우는 흥행을 거뒀지만, 그 이면에는 '역사왜곡'과 '동북공정'이라는 뼈아픈 꼬리표를 달며 씁쓸한 퇴장을 맞게 됐다.
역사 위에 세워진 판타지가 정작 그 역사를 허투루 다뤘다는 비판은 시청률로 지우기 어려운 흔적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