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정착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천 강화도에서 체류형 프로그램 '잠시섬'을 운영하는 협동조합 청풍의 유명상 이사는 지난달 21일 자신이 강화도에 머물게 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잠시 머물 곳을 찾던 중 처음 들른 곳이 강화였고,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10년 넘게 지역에 살게 됐다는 것이다.
청풍은 그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잠시섬은 그렇게 시작됐다. 2017년 시작된 잠시섬은 강화도에서 1박에서 최대 5박까지 머물며 지역을 경험하는 체류 프로그램이다. 관광지, 맛집만 돌고 떠나는 여행과는 다르다. 동네 사람과 가게, 골목과 풍경을 천천히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 이사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보다 지역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강화도를 잠깐이라도 경험한 사람들이 지역에 애정을 갖고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잠시섬의 무대로 강화도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유 이사는 "강화도는 서울에서 1~2시간이면 올 수 있지만 섬 특유의 느린 시간과 공동체 문화가 남아 있는 곳"이라며 "도시에서 지친 사람들이 잠시 멈춰 서기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잠시섬이 다른 체류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청풍은 지역 주민을 단순 체험 콘텐츠 제공자가 아닌 관계의 주체로 연결한다. 참가자들은 강화도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카페 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지역 농부와 함께 텃밭을 가꾼다. 매일 저녁 서로의 하루를 나누는 '회고'의 시간도 갖는다. 이 과정에서 각자는 자신만의 '섬살이'를 만들어간다.
유 이사는 이를 '자유도 높은 RPG(역할수행게임) 체류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했다. 지역 주민과 상점, 프로그램 운영자들이 하나의 'NPC(논플레이어캐릭터)'처럼 연결돼 참가자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청풍은 이를 단순 숙박업이 아닌 '환대업'이라고 정의한다. 유 이사는 "숙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사람과 공간, 문화를 연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지역 주민도 강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소개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외부 참가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고, 강화도에 남아 활동하는 청년들에게는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줬다.
그는 "지역 안에만 있으면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가치들이 외부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며 "잠시섬은 지역과 외부를 연결하는 출입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도 적지 않다. 잠시섬에는 매년 약 1500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가자의 70~75%는 재방문 및 기존 참가자의 추천으로 유입된다. 최근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지역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2024년 3~5월 사이 잠시섬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만 40개가 넘는다. 그림치료와 달리기, 문화예술 활동 등 종류도 다양하다.
청풍은 이들을 '관계인구'라고 부른다. 강화도에 살지는 않지만, 애정을 갖고 반복적으로 방문하며 지역과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유 이사는 "지역은 결국 사람 숫자가 아니라 애정을 가진 사람들로 살아난다"며 "잠시섬이 강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계속 늘려가는 출입구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