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져" 이별 요구에 위험해졌다…여성 10명 중 6명 '폭력 피해'

황예림 기자
2026.07.30 13:26

성평등가족부,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이별(이혼・별거하거나 동거 종료) 전후 당시 배우자・파트너에 의한 폭력 피해 경험/그래픽=이지혜

결혼·동거 생활을 하다가 헤어진 여성 10명 중 6명가량이 이별 전·후 배우자나 파트너로부터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라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피해를 경험한 사람 10명 중 7명가량은 남녀를 불문하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부끄럽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과거보다 대응을 꺼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별 전·후가 피해 고위험 시기…신체적·성적 피해율도 26% 달해

성평등가족부는 30일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2004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전국 단위 조사다. 지난해에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907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이혼·별거하거나 동거를 종료한 경험자의 절반(50%)이 이별 전·후로 배우자·파트너로부터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의 경험률은 59.6%, 남성은 40%였다. 이 조사에서 파트너는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상대방을 의미한다.

여성의 이별 전·후 피해율은 2022년 54.5%보다 5.1%포인트(P) 늘어났다. 이 기간 신체적·성적·경제적 폭력은 감소했으나 정서적 폭력이 51.5%에서 54.8%로 증가했다. 성평등부는 정서적 폭력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응답률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정서적 폭력에는 모욕·욕설을 하거나 때리려고 위협하는 등의 행위가 포함된다.

여성과 달리 남성의 이별 전·후 피해율은 2022년 47.4%에서 7.4%P 감소했다. 남성은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피해가 모두 줄었는데, 특히 경제적 폭력이 21.1%에서 10.6%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경제적 폭력은 일부러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재산을 동의 없이 처분하는 등의 행위다.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여겨지는 신체적·성적 폭력 피해율은 남녀를 통틀어 이별 전·후 25.8%에 달했다. 여성이 32.1%, 남성이 19.2%로 여성의 피해율이 남성보다 1.7배 높았다.

이별 전·후 폭력을 당하는 비율은 평생 동안의 폭력 피해 경험률(14.4)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이별 과정에서 다툼·갈등 등이 커지면서 폭력 위험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창피해서 대응 안해" 늘었다…'개인 문제'로 여기는 인식도 커져
/사진=뉴시스

폭력 피해에 대한 대응은 점차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배우자와 파트너에게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피해를 한 번이라도 당한 사람 중 68.5%는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2022년 53.3%보다 15.2%P 급증한 수치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응답률이 가장 크게 늘어난 항목은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서'(31.4%)였다. 2022년 이 항목의 응답률은 14.9%로 6위였지만 지난해에는 3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그 순간만 넘기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36.3%)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34.0%)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가정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인식도 일부 강화됐다. '피해자가 왜 폭력 행동을 하는 배우자 곁을 떠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43.8%로, 2022년 대비 2.6%P 증가했다. '가정폭력은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문제다'는 응답도 23.2%로, 3년 전보다 2.7%P 늘었다.

다만 가정폭력을 허용하지 않는 태도는 전반적으로 강화됐다. '가정폭력을 한 후 진심으로 후회한다면 용서할 수 있다'는 응답은 21.6%로 2022년보다 2.2%P 줄었다. '어릴 때 학대를 당한 사람이 가정폭력을 하는 경우는 이해할 수 있다'는 응답도 3년 전보다 1.7%P 감소한 12.0%로 나타났다.

홍미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가정폭력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자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폭력 피해를 창피하다고 느끼는 인식이 2022년에 비해 굉장히 높아진 것도 달라진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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