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 편하려 아이들 망쳐"…이 대통령, '객관식 수능' 정조준

황예림 기자
2026.08.05 15:33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유산청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객관식 평가 방식에 대해 "어른들이 채점하기 편하려고 아이들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수능 서·논술형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대입 제도가 단계적으로 변화할 때가 됐다는 데 거의 전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교육당국이 (공정성을) 의심받을까 봐 5등급으로 나누고 웬만하면 객관식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굳이 안 배워도 될 것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만약에 대비해 공부하도록 하면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답하는 능력은 거의 의미가 없고 질문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한데, 객관식으로 제시된 것 중에서 답을 고르는 것은 초보 컴퓨터가 해도 쉽게 할 일"이라며 "규격화된 사람을 키워내는 걸 계속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을 망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아이들이 의미 있는 고생을 해야 하는데 지금 최상위권 학생들은 문제 풀이 패턴을 익혀 빨리 푸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논·서술형 문제를 (수능에) 적극 도입해 아이들이 자기 손으로 정답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차 위원장은 "수능에서부터 서·논술형을 도입하면 공교육도 적극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대입 제도를 바꿈으로써 학교 수업과 학생들의 학습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큰 전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대통령이 말한 문제의식에 기초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까지는 학생들이 질문하도록 유도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수업이 많이 진전됐다"면서도 "중3이 되면 대학 입시라는 큰 과제가 있어 다시 원위치가 되는 상황이어서 대입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장관은 특히 "워낙 예민한 문제여서 어디까지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국교위가 중심이 돼 대입제도특위에서 논의하고 있고 전 국민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매우 어려운 과제이지만 국민주권정부 시대에 최대한 좋은 방안을 마련해 제안하고 방향이라도 확실히 잡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문체부, 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 보고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8.05. suncho21@newsis.com /사진=

이 대통령은 현재도 대학 입시에서 면접을 활용하는 것을 언급하며 주관식 평가가 공정성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건 섣부른 우려일 수 있다는 의견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수시에서는 사실상 주관식 평가인 면접을 통해 뽑는 경우도 많지 않나"라며 "거기도 매우 주관성이 많이 작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관식 평가보다 오히려 면접이 더 주관적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주관식 답안 평가의 불공정 위험이 면접의 불공정 위험보다 더 크다고 보기 어렵지 않나"라고 물었다.

차 위원장이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객관성을 잃었다는 의심을 받을까 봐 무서워서 (주관식 평가를) 못하는데 그게 기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수시 면접 평가는 받아들이고 있는데 주관식 문제 평가는 주관성에 대한 의심을 받을까 봐 아예 안 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 위원장도 "서·논술형 평가는 제시문이 주어지고 아주 명확한 채점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서 면접 평가보다 (공정할 것)"이라고 공감했다.

평가 방식이 주관식으로 바뀔 경우 논술 사교육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주관식 평가를 하면 과거 논술학원이나 논술 족집게 선생이 부활하지 않을까"라고 묻자 차 위원장은 "그 점도 많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차 위원장은 "앞으로 AI를 활용하면 국가 교육특화 AI가 전국 학교의 서·논술형 문제와 모범답안 데이터를 압도적으로 축적하게 된다"며 "이를 활용해 평가도 하고 학생들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공교육의 AI 활용이 압도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은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고 오히려 사교육에 갈 동기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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