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새로 부임한 국회 수석전문위원이 낸 법률 검토보고서 하나가 국토위 전체를 발칵 뒤집었다. 정부 여당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뉴스테이(민간기업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담긴 임대주택법 개정안에 대해 수석전문위원이 문제점을 요목조목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뉴스테이 정책은 민간 기업이 참여해 짓는 임대주택을 중산층에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임대주택법 개정안은 민간기업이 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수석위원은 이 법안이 기업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다는 점과 정책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보고를 들은 국토위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곧바로 회의장 밖으로 수석전문위원을 불러 거세게 항의했다. 김 의원은 "수석전문위원 보고가 '편향됐다'"며 거세게 수석전문위원을 추궁했다. 이에 곧 회의는 중단됐고, 오전에 잠시 다시 재개된 회의에선 수석전문위원의 보고서 작성 경위를 묻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문제의 임대주택법 개정안은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야당도 여당에 맞섰다. 김 의원이 국회공무원의 중립성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야당 간사인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관계자는 "김 의원이 본인에 대한 행동에 사과를 표명하지 않으면 야당은 회의를 재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파행됐고, 23일 예정됐던 전체회의도 열리지 못했다. 사실상 4월 국회에서 국토위 활동은 중단됐다.
상임위 전문위원은 국회 공무원 소속이다. 정부나 정당에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법안을 분석하고 문제의 소지를 검토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날 수석전문위원의 보고에 들어간 분석 내용은 대부분 부동산 전문가들이나 주택 전문가들이 지적한 부분으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법안검토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정부와의 조율도 거친다. 이 때문에 평소엔 오히려 여당과 정부의 입맛에 맞는 검토보고서가 작성되는 경우도 많다.
국토위는 4월국회서 전월세대책을 포함, 주택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보고서 한장에 대한 논란으로 국토위는 마비되고 말았다. 전월세대책은커녕 그동안 밀린 법안처리도 어려워졌다. 뉴스테이법 4월 국회 처리도 물건너 갈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