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자구 하나 바꿨다가…180도 뒤집힌 법

황보람 기자
2015.06.03 06:05

[the300]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 의무조항→임의조항 수정된 채 본회의 통과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교육감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법안의 취지와는 반대로 자구가 수정된 채 본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교육자치법'은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안과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안이 병합돼 국회 교육문회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대안으로 마련됐고, 지난 2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날 통과된 법안은 당초 교문위 대안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교문위 대안 제42조는 "교육감협의체는 교육부장관에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교육부장관은 필요한 경우 제출된 의견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이었다. 이는 지방자치법에도 유사한 입법례가 있는만큼 교문위 법안소위에서도 이견없이 가결됐다.

문제는 법사위에서 '사소한' 자구 수정을 하면서 발생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정보 검토보고서에서는 "경미한 자구 정리 외에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고 봄"이라고 평가하고 자구 정리 사항을 주서본으로 남겼다. 법안은 각 심사 단계별로 수정을 거치며 기록이 남는다. 법사위의 수정 부분은 '붉은색'으로 표기돼 주(朱)서본이라 부른다.

주서본에서는 법안 제42조에 재량을 인정하는 '필요한 경우'와 의무적 형태인 '통보하여야 한다'는 표현이 상충하는 만큼 임의적 표현인 '통보할 수 있다'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교문위 관계자는 법안의 본래 취지가 '교육감 의견 제출권'을 강화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를 삭제하고 '통보하여야 한다'를 유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유사입법례로 든 지방자치법 제165조 4항을 보면 "제1항에 따른 협의체나 제2항에 따른 연합체는 지방자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령 등에 관한 의견을 행정자치부장관에게 제출할 수 있으며, 행정자치부장관은 제출된 의견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류를 확인한 국회 측은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의장의 '의안정리권'을 통해 내용을 수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서 오류가 발견될 경우 의장수정권인 녹서본을 통해 바로 잡을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의안과에서 녹서본을 통해 법안을 수정하고 담당 상임위와 법사위 확인을 받으면 최종적으로 정부에 이송된다"며 "녹서본은 오류가 있는 정도에 한해 쓰이는 것으로 법안 내용 자체를 고치는 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본회의 통과 이후 오탈자나 체계정보가 누락된 경우가 확인되는 일은 적지 않게 있다"며 "하지만 주서본에서 실수로 내용 자체를 뒤바꾸는 일은 흔치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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