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시아 국가와 다르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에 발병한지 약 2주만에 감염의심자가 600명을 넘어서는 등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전염병 전담 병원 하나 없는 의료 현실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 2009년 일명 '신종플루'로 불린 신종인플루엔자A(H1N1)가 전 세계를 강타한 후 국내에 전염병전담(지정)병원 설립이 계획됐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한정해 지급,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와 새누리당에 따르면 신종플루 유행 이후인 2009년 말에 국내 전염병 대비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질병관리본부는 전염병 관련 실험실과 연구 및 치료 병원 등의 설립 계획을 세우고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신청했다. 이에 기재부는 1000억원의 예산만을 배정했고, 예산 한도내에서 모든 대책을 소화하도록 해 지정병원 설립은 물거품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질본은 기재부 담당자들과 전염병 관련 실험실, 연구 및 치료 병원 설립을 협의해 나갔다. 협의과정에서 예산소요가 늘어나자 기재부는 1000억원 안에서 해결 가능한 방안을 찾아오라는 제안을 했고, 질본은 울며겨자먹기로 1000억원을 관련 예산으로 신청했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1000억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전염병전담(지정)병원 등을 설립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을 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집행된 1000억원의 예산은 현재 메르스 치료 및 예방에 활용되고 있는 국가지정입원치료격리병상 및 인천국제공항 격리시설 구축에 쓰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에는 17개 의료기관에 약 500여 개의 국가지정입원치료격리병상(19개 의료기관에 600여개 목표)이 있고 이 중 감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음압병상(공기가 병실 안으로만 유입되는 감염병 환자 치료 전용 병상)은 104개가 있다.
104개 음압병상 대부분은 현재 다인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1인1실 음압병상인 47개이며 메르스 확진환자 격리 치료에 직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그 때 예산으로 마련한 격리시설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새누리당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비상대책특위 긴급 전문가 간담회 참석 직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충격적인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것은 예산부족때문에 전담병원 하나 짓지 못한 당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전염병전담병원을 만들어 사태가 발생하면 가동에 들어가는 준비를 했는데 우리는 예산반대로 준비를 못했다"며 "질병관리본부의 (예산반영) 우선순위가 낮아 홍콩, 싱가포르 국력 못지 않은 우리나라가 당시 전염병 전담병원을 설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아니라 언제든 (전염병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메르스 사태가 끝나면 점검해서 올해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