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304개 중 '준법지원인' 둔 곳 123개 뿐…예고된 롯데그룹 사태

유동주 기자
2015.09.29 10:03

[the300][2015 국감]임내현 "대상 기업 40%만 준수…실효성 확보위해 상법 개정해야"

신세계·현대백화점·이마트 등 주요 유통 대기업과 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를 비롯한 상당수의 대기업 계열사들이 '준법지원인' 선임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준법·윤리경영을 강화해 투명경영과 주주 보호를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준법지원인 제도 적용을 받는 상장회사 304개 가운데 규정대로 준법지원인을 둔 회사는 123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81개사는 선임하지 않았거나 선임여부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미선임회사가 82개, 미응답이 99개로 집계됐지만 미응답 기업의 상당수가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고 대답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과반수 이상이 준법지원인 제도를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상장사의 경영진이나 임직원이 정해진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회사경영을 적정하게 수행하는지 감시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의 직책을 두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상법상 자산 5000억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속한 회사는 변호사 혹은 감사·법무담당부서 5년 혹은 10년이상 근무자 등을 준법지원인으로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응답 기업 중 신세계, 동부,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한진중공업 등은 상호출자제한을 받는 대기업 규모임에도 준법지원인을 두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 한전KPS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상장된 공기업도 상당수 준법지원인 제도를 따르지 않았다. 또 유통·제약 등 전통산업 외에 대형 IT기업인 네오위즈게임즈, 넥센, 다음카카오, 아이마켓코리아 등이 준법지원인을 선임하지 않았다. 반면 삼성, SK, LS, 현대중공업 등의 계열사들은 준법지원인 선임률이 높았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지난 2012년 4월 처음 도입돼 기업부담을 고려해 자산총액 1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대해서 우선 도입했고, 지난해부터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회사로 확대됐다. 하지만 지키지 않아도 처벌 조항이 없고, 금감원·법무부 조사에도 응답조차 제대로 않고 있어 준법 경영을 제도화한다는 입법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내현 의원은 "최근 롯데그룹 사태를 봐도 대기업 조차 법률 리스크에 빠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회사내 준법 경영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사내 감시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준법지원인 제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대기업들과 일부 공기업들은 준법 경영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며 "상법개정을 통해 준법지원인 제도 준수를 강제하거나 최소한 공시제도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특히 준법지원인을 선임한 회사들 중에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조우성 변호사(기업분쟁연구소 CDRI 소장)는 "사내 변호사나 법무팀장을 준법지원인으로 임명해 두고 준법통제기준 설정 및 준수여부에 대한 점검보고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며 "사업보고서 등에 준법지원인이 누구인지 명시하도록 하고, 제대로 운영된 기업에 대해선 향후 위법사항이 발생하더라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으로 선임 필요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