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서울에서 박근혜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린다. 2012년 5월 북경에서 마지막으로 3국의 전임 정상들이 모인 이후 3년 반 만이다. 이번 회의는 그동안 장기간 중단됐던 3국 간 협력체제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의 주도적 노력으로 회의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그 외교적 의미가 크다.
1999년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3국 정상 간 가벼운 조찬모임으로 시작된 3국 정상회의는 2000년대 이후 질적·양적으로 확대돼 3국 간 지역 협력의 핵심 기제로 기능해 왔다. 3국 간 정치적 긴장과 외교적 갈등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정상회의를 정점으로 수많은 정부 부처 간 협력 채널이 형성돼 왔다. 장관급 회의에서 부터 고위 실무자급, 국장급 및 실무자급 회의 등 모두 60여 개의 정례적 정부 간 협의체가 형성돼 다양한 분야에서 기능적 협력을 확대해왔다. 이들 회의체는 대부분 한·중·일 협력이 시작된 1999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정부 간 협력 채널들이다.
매년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던 3국 정상은 2008년부터 독자적으로 3국 내에서 만나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서울에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을 출범시킴으로써 3국 협력의 제도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3국 협력체제는 정상회의를 통해서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정상 간 정례적 회의를 통해 협력 의지를 확인하고, 정치적 장애요소가 상대적으로 적고 3국 모두에게 이익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각 분야별 정부 간 협의체 구성을 통해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3국 협력체제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정상회의를 재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3국 정상회의는 동북아 정세의 긴장을 완화하고 3국 간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현재 동북아 정세는 신안보관과 신형대국관계를 표방하면서 적극적 외교 행보를 보이며 부상하는 중국과, 신안보법제의 제정 등 정상국가화를 통해서 새로운 전후 질서를 추구하고자 하는 일본, 그리고 아시아 재균형을 추진하는 미국간 역학관계의 변화가 역동적이고 다차원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3국 간 대화협력 채널의 복원은 역내의 정치안보적 갈등을 완화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기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 사회, 개발, 민간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모색함으로써 동북아 역내의 협력증진을 위한 기반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을 완화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3국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조율하여 정상회의 개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한 우리의 외교·전략적 입지가 한층 강화되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작년 11월 우리가 3국 정상회의 재개를 전격적으로 제안한 이래, 올해 3월 외교장관 회의를 주재하여 정상회의 재개의 동력을 유지하고 이를 성사시킴으로써 역내에서 북핵문제를 포함한 역내 주요 현안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보다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낼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확대된 것은 중요한 성과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과거와 같이 3국 정상회의가 중단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정상회의의 정례화에 대한 3국 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의 기능강화를 통한 3국 협력의 제도적 확립, 그리고 침체되어 있는 역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중·일 FTA 등 역내 경제협력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