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지방정책은 '자치분권을 기반으로 한 '5극 3특'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초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5극3특 각 권역이 독자적 산업생태계를 구축한 채,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지방주도성장을 빚어내겠다"고 말했다. 5극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을, 3특은 제주·강원·전북 등 세 개의 특별자치도를 뜻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5극3특으로 재편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기조에 맞춰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는 7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초광역 메가시티를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은 시대적 흐름처럼 보인다. 그러나 거대한 성장 담론이 빠뜨린 질문이 하나 있다. 행정의 광역화가 과연 주민과 행정 사이의 민주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가?
초광역화는 행정과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으로 행정기구와 주민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발생하는 '민주주의 결손(democratic deficit)'을 초래한다. 영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마퀀드가 제시한 이 개념은 행정 단위가 거대해질수록 주민들이 '내 목소리가 거대한 행정기구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을 지적한다. 결국 초광역화는 정치효능감의 저하와 행정에 대한 무관심을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주민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공백을 조직화된 이익단체, 로비에 능한 시민단체, 그리고 행정정보를 독점한 관료들이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풀뿌리 민주주의가 '주민 없는 기득권의 지배'로 변질된다.
현재 주민자치회 제도만으로는 이러한 '민주주의 결손'을 극복하기 어렵다. 지난 3월 31일 통과한 지방자치법상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단위에 머물고, 행정안전부 참고조례와 기초자치단체장에 의존하는 행정의 보조기구에 가깝다. 수만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읍·면·동 단위는 주민들이 자치 역량을 체감하고 직접 참여하기에는 여전히 지나치게 크다. 메가시티가 더욱 거대해질수록 이를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주민자치 단위는 오히려 더 작고 촘촘해져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이제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시·군·구 단체장이 주민을 동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결사하고 운영하는 '자율적 주민자치회'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 조례'나 '주민투표법'과 같은 위상을 갖는 '주민자치회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 특별법에서는 자치 단위를 읍·면·동이 아니라 통·반·리, 더 나아가 아파트 단지나 동(棟) 수준의 생활권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패리쉬 평의회(parish council)처럼, 주민들이 주민총회를 열고 자치위원을 직선으로 선출해 민주적인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주민자치회가 주민조례발안, 주민감사청구,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참여예산 등 직접민주주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은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조력자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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