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에 따른 '보육대란'과 관련,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지방교육청에 예비비를 우선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한 지방교육청에는 예산상의 불이익을 주는 사실상의 압박 전략이다.
박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당초 국민과 했던 약속,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시·도교육청 등에는 이미 금년도 예산에 편성돼 있는 3000억원의 예비비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교육교부금 41조원을 시·도교육청에 전액 지원했는데도 서울시와 경기 교육청 등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단 1원도 편성하지 않았다"며 "필요하면 법을 고쳐서라도 중앙정부가 용도를 지정해 누리과정과 같은 특정용도에 교부금을 직접 투입할 수 있도록 해 시·도교육청 등이 받을 돈은 다 받고 써야 할 돈을 안 쓰는 것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인기영합적이고 진실과 다른 왜곡된 주장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는 정부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혜택을 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의 운영실태를 지난해 개통된 '지방교육재정 알림이'를 통해 국민들이 소상히 알릴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육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12개월치 전액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대구 대전 울산 경북 충남 세종 등 6개 시·도 교육청에 예비비 3000억원을 우선 지원키로 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 개정을 통해 확실하게 정리해 내년에는 이런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시·도 교육감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은 법적 의무를 위반함과 동시에 우리 아이들과 국민들에 대한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서울시 교육청을 포함해 광주 경기 강원 전북 교육감들은 더 이상 아이들을 볼모로 국민들에게 불안과 걱정을 끼치는 정치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도 탈퇴하면서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이제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하면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며 "불법집회와 선동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공권력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다시금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개인이기주의와 집단이기주의, 직장을 떠나 거리로 나오는 집회문화에서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과거에서 내려온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선동적인 방법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도움이 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 아들 딸들의 장래를 외면하고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정치권의 일부 기득권 세력과 노동계의 일부 기득권 세력의 개혁 저항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22일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 취업규칙 지침 등 2대 지침은 노사정 합의 취지에 따라 공정하고 유연한 고용관행을 정착시켜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반을 만들고 기업들의 정규직 채용 여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정인사 지침에 '쉬운 해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기업들이 능력과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를 하고 교육훈련과 재배치 등 새로운 도전 기회를 제공하도록 기준과 절차를 제시해 해고에 안전장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 지침이 시행되면 근로자들은 기업의 자의적인 해고로부터 보호를 받아 부당해고가 사라지고 불합리한 인사관행도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의 기반이 될 노동개혁 입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여전히 국회에 묶여있고 19일에는 한국노총이 노사정대타협 파기를 선언했다"며 "지난해 9월15일 노사정 대타협은 일자리 비상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렵게 이뤄낸 노사정 고통분담의 실천선언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발전을 통해 노동시장을 개편하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나 마음껏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은 청년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노사정대타협 합의 내용을 반드시 실천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최근 경기북부 접경지역에 북측이 대남전단을 살포하는 등 도발 테러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경기북부지역을 관장하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신설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독립적인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신설을 통해 장기 미제사건이나 강력사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주민 불편을 덜도록 체감도 높은 치안환경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며 "이를 통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는 경기북부 주민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제주공항의 경우 폭설과 강풍으로 인해 항공기가 전면결항되고 또 울릉도의 경우는 생필품 부족으로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데 국민안전처와 관계부처에서는 주민과 승객들 불편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운항 재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한파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체감온도는 더 떨어져서 걱정스럽다"며 "국민들의 안전과 또 노약자분들의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