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성공단, 원청업체로부터의 전화

강경래 기자
2016.02.15 06:00

최근 오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과거 굴지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했던 그는 수년 전 통신부품업체를 창업했다. 그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는 발표가 나온 지난 10일 이후 사흘 동안 잠을 한숨도 못 이루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연간 10억원 안팎을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게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외주를 맡겨왔다. 입주기업 입장에서는 원청업체인 셈이다. 이 회사는 이렇게 생산된 제품을 미국과 유럽 등에 전량 수출해왔다.

이 회사가 연간 20억원 가량 매출액을 올리는 점을 감안할 때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품보다 개성공단에 의존하는 물량이 더 많은 셈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당장 해외에 있는 거래처들에 공급해야 할 물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는 "거래처 관계자들과 매일 통화하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 재가동이 어려울 경우 당장 공급하지 못한 물량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신뢰 추락으로 향후 추가적인 수주는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는 총 124개 업체가 입주했다. 이들 기업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사는 500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현재 피해규모는 입주기업 및 협력사 정도로 대상을 한정해 추산하고 있지만, 원청업체에 유통업체, 판매업체까지 더할 경우 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입주기업도 대부분 영세하지만 이들과 거래하는 원청업체 역시 상당수 중소기업이다. 원청업체가 또 다른 업체엔 하청업체가 될 수 있다. 공단 폐쇄는 우리 중소기업 전체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소기업계가 정치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한마음으로 '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기대가 버려야 한다면 정부는 서둘러 대체 부지를 확보하고, 입주기업들이 하루빨리 생산 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입주기업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지원과 보상이 이뤄져야하는 것도 물론이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표방한 '중소기업 대통령'이라는 의미가 퇴색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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