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분위기가 무르익던 지난달 29일. 정의당의 심상정 상임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진행한 기자회견 막바지에 "하소연 한 마디만 하겠다"고 말했다.
심대표의 하소연은 이랬다. "선거에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정의당이 비록 제4당으로 밀렸지만 언론의 외면 속에서도 전국 지지율 10%, 수도권 지지율 2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정당이 국민의 선택지에서 배제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국민의당의 반의 반 만큼만이라도 조명해줬으면 한다."
심 대표는 총선 직후에도 "아주 혹독한 환경 속에서 치른 선거"라고 토로할 정도로 어렵게 선거를 이끌어왔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에 국민의당까지 가세한 선거전 속에서 정의당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대중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판 자체가 정의당에 어렵게 짜여졌다. 총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정의당은 원내 3당에서 4당으로 밀렸다. '대안정당'을 찾던 유권자들의 관심은 국민의당으로 몰렸다. 한 때 10%를 향해가던 지지율은 꺾였고, 목표를 원내교섭단체 구성에서 두자릿수 의석 확보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
거대 3당이 공천과정에서 온갖 잡음과 추태를 보여줬던 것에 비해 정의당은 구설수 없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공천을 마무리했음에도 존재감을 키우지 못했다. 국내최초로 예비내각을 구성하고 준비된 정책정당을 표방한 것도 큰 반향을 이끌지 못했다.
제20대 국회에서도 정의당을 둘러싼 판은 호의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힘싸움 중에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로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제19대 국회에서는 정의당이 원내 3당으로 목소리를 높일 일이 있었지만, 그 기회마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의당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숙제는 여론의 주목도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참신한 '간판'을 내세우는 문제가 시급하다. 지난 10년간 진보정당의 간판으로 활약해온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전 의원의 뒤를 이을 수 있는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
정의당은 '혹독한 환경'의 4·13 총선을 통해 6석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지역구에서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전 의원이 당선됐고, 이정미·김종대·추혜선·윤소하 후보가 비례대표를 통해 원내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의석(5석)과 비교했을 때 1석이 늘어난 것은 성과다.
아쉬움은 지역구 당선자가 정의당의 간판 심상정 대표, 노회찬 전 의원 두 사람 뿐이었다는 것이다. 비례대표인 정진후, 김제남, 서기호, 박원석 의원이 현역이었지만 이들은 결국 생환하지 못했다. 의정활동 기간 동안 지역구 경쟁력이 있는 후보로 거듭나지 못했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머니투데이 the300이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와 공동으로 진행한 비례대표 평가에서 정진후, 서기호, 박원석 의원은 나란히 5~7위에 이름을 차례로 올릴 정도로 의정활동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역구에서 살아남는 것은 그것만으로 모자란다. 지역 기반이 없고, 거대정당이 아닌 진보정당의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심상정 대표는 2008년 초선의원 시절에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나서서 '친북 이미지 단절'을 주장해 혁신 진보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촌철살인의 유머를 앞세워 인지도를 쌓았다. 2004년 총선 당시 "50년 쓰던 고기판에 삼겹살 구우면 새까매진다. 이젠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는 이른바 '삼겹살 불판론'을 설파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심상정, 노회찬의 참신한 활약 속에 대한민국의 진보정당은 활동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음 10년을 책임질 제2의 심상정·노회찬이 필요한 순간이다. 정의당의 진보정치 동력확보는 여론의 주목을 끌어올 수 있는 참신한 인재 발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른 '삼겹살 불판론'을 들고 나올 새로운 대중 진보 정치인에 대한 갈증이 큰 시점이다. 제21대 총선에서도 정의당이 지역구에서 당선시킬 수 있는 후보가 심상정·노회찬 뿐이라면 유권자들이 느낄 피로감은 클 수밖에 없다. 정의당 관계자도 "최근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전 의원의 최대 고민도 인재 육성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