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첫 연찬회를 열었다. 최경환, 김무성 의원 등 각 계파 수장들을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계파라는 용어는 쓰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며 계파청산 선언문을 채택했다. 행사가 끝난 직후 친박계와 비박계 핵심 의원 일부가 별도의 '뒷풀이' 자리에서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주일만에 계파청산 선언은 '휴짓조각'이 됐다.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무소속 당선자들에 대한 일괄복당 결정을 내리자마자 친박계와 비박계는 기다렸다는 듯 서로 물어뜯고 있다. 연찬회에서도 일부러 언급을 피하기만 하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자 결국 갈등이 폭발해버린 모습이다.
논란의 중심은 역시 유승민 의원이다. 친박계는 복당결정이 내려지자마자 이를 '비박의 쿠데타'로 규정하고 정진석 원내대표에 대한 '보이콧'까지 거론했다. 친박계는 누가 더 거친 말로 이번 결정을 힐난할 수 있는지 경쟁이라도 하는듯 했다. 19일 정 원내대표가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거듭 사과하며 '일단봉합' 상태를 만들어놨지만 결국 언제든 다시 재점화될 수 있는 휴화산일 뿐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자기파괴적인 행동" "공멸의 신호"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반기 상임위원장직을 놓고 그토록 치열하게 경쟁했던 이유도 여당 3선 중진들이 먼저 '정권교체'의 위기감을 느껴서인 게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도 들린다.
정권 말로 접어드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지만 대안없는 비판을 늘어놓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을 '심판'한 민심에 대한 반성과 자기성찰은 커녕 자신들만의 '권력싸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괄복당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친박계의 시선이 결국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그들의 강한 반발이 단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충정'을 보여주는 도구일 뿐이란 생각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침묵과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의 인정이 있자마자 친박계의 목소리가 급격히 줄어든 것만 봐도 그렇다.
유독 유승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친박계를 보고 있으면 그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이야기가 생각난다. '비판을 해야 한다'는 조건반사만 있을 뿐 진심으로 보수정당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