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만에 부활 예정이던 이른바 방위산업진흥회의가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운영 전반에 파장을 미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따라 침체된 방위산업 활성화를 위한 활로를 찾을 것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회의가 무산됐다.
또한 회의의 성격도 애초 목적과 달라졌다는 증언들이 나오는 등 정책적 방향성이 꼬이면서 안보 분야에서의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31일 방위사업청과 방산 업체 등에 따르면 오는 11월 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방사청과 방위산업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하는 방위산업진흥회의(가칭)가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돌연 기약없이 취소됐다.
방산진흥회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7년 시작해 1980년까지 다섯 차례 열려왔던 민관군 회의체로 36년만에 열릴 예정이었다.
이 회의는 각종 규제와 최근 잇달은 방산 비리로 위축된 방위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부처 장관과 업계가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특히 방산업계에서는 기술은 뒷전으로 밀리고 가격 경쟁만 부추기는 최저가입찰제, 지나치게 높은 작전요구성능(ROC) 등의 방위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회의의 성격이 돌연 바뀌고 회의 명칭도 바뀌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당초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방위산업에 대해 줄기차게 창조경제의 핵심 분야라며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방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성격이 짙었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회의 성격이 방산수출 보다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산업계의 역할 등으로 초점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한 회의 명칭도 방위산업진흥확대 회의가 아닌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국방연구개발 활성화 전략회의'로 바뀌어 대북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현재의 엄중한 안보상황과 침체된 방위산업의 진흥 및 활성화를 위해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회의를 준비 중"이라며 회의 명칭이 바뀌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다만 한 업체 관계자는 "요즘 업체들 입장에서는 청와대 행사에서 기대할 수 있는 실익도 없다는 판단에 참여 의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VIP(박 대통령)가 방산 진흥을 주제로 회의를 진행해도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