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AI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기업의 생산 방식과 노동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발표한 '지능 시대의 산업 정책'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눈에 띄는 점은 기술 발전의 방향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만들어진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 4일제와 로봇세 논의가 동시에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는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다.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하고 더 큰 이익을 얻는다. 예컨대 물류센터에서 수백 명의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면 막대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절감된 비용과 증가한 이익이 기업 내부에만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사회 전체로 환원될 것인지에 따라 기술 발전의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이 지점에서 '로봇세'가 다시 소환된다. 로봇세는 AI나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며 발생한 경제적 이익에 대해 일정 부분 과세하자는 개념이다. 단순히 기술에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낸 부를 사회적으로 공유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줄어드는 노동소득세를 보완하고 실직자 재교육이나 사회 안전망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미 과거부터 제기됐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경우 개인의 소득이 줄고 이에 따라 국가의 세수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은 더 높은 생산성을 누리게 된다. 경제는 성장하지만 과세 기반은 약화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세 논의는 일정한 설득력을 가진다.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조세의 중립성이다. 현재 제도에서는 인간을 고용할 경우 소득세와 사회보험 부담이 발생하지만, AI를 활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그러한 부담이 적다. 이로 인해 기업이 인간보다 AI를 더 선호하게 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로봇세는 이러한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시도로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로봇세 도입에 대해 신중하거나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가장 큰 이유는 과세 대상의 불명확성과 세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어디까지를 '로봇'으로 볼 것인지, 어떤 경우에 과세할 것인지, 납세의무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 등 기본적인 설계부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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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세를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같은 연구에서 찬성 의견은 기술 발전이 가져올 불평등을 완화하고, 실직자 재교육과 생계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보다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된다. 예컨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 경우, 해당 기업에 '가상의 인건비'를 설정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세율 역시 복잡한 누진구조보다는 재교육과 최소 생계를 지원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단순하게 설계할 수 있다. 또한 이 세수를 일반 재정이 아닌 목적세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한편 오픈AI의 제안은 로봇세를 하나의 선택지로 두면서도 더 넓은 해법을 함께 제시한다. 노동에서 자본으로 과세의 축을 이동시키고, AI로 창출된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공공 부 기금, AI 이익 공유, 데이터 가치 보상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된다. 주 4일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 생산성 향상을 노동시간 단축으로 연결해 기술의 과실을 나누자는 접근이다.
결국 핵심은 로봇세 자체가 아니다. 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그 혜택이 특정 기업이나 계층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균형 잡힌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로봇세는 그 과정에서 하나의 수단일 수 있지만,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AI 시대의 조세는 더 이상 과거의 틀에 머물 수 없다. 노동 중심의 과세 체계에서 벗어나 기술과 자본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부를 어떻게 포착하고 나눌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주 4일제가 현실이 되는 시대다. 우리는 단순히 덜 일하는 사회가 아니라 더 공정하게 나누는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

[박정수 변호사는 법무법인 화우의 파트너변호사로 주요 업무 분야는 조세·관세 및 행정소송 등이다. 2001년 대전지법 판사로 시작해 인천지법, 서울북부지법을 거쳐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쳤고 2011년 대법원 조세공동연구관실에서 재판연구원으로 활동해 조세 분야에서 정통한 전문 법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창원지법 부장판사 겸 연구법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고 현재 화우 조세쟁송팀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