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탄핵정국, 여전한 불안감

정영일 기자
2017.01.31 05:58

[the300]

"그나저나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은 맞지?"

집안 어르신, 친지들과 함께 한 이번 설 연휴 밥상의 핫한 대화주제가 ‘정치’였다. 어느 명절 밥상이건 정치 얘기가 오가곤 했지만 조기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이번 설 연휴 '밥상 정치 토론'은 더 생동감이 묻어났다. 여야와 지지율 순위를 넘나드는 격정의 정치 토론 중에 유일하게 목소리가 작아지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탄핵의 끝'이었다.

탄핵은 모든 대선 논의의 시작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을 예측할 수는 있어도 아직 단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설 직전 박근혜 대통령이 한 인터넷TV와 인터뷰를 갖는 등 정치적 행보를 재개하고 있는 것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탄핵 기각, 정치 불안, 국정 공백 등 모든 걱정이 또 펼쳐진다. “대통령이 물러나는 게 맞냐”고 묻는 질문은 같은 맥락에 있다.

다시 대선주자들로 화제를 돌이면 토론이 치열해진다. 정치 문법에 맞는 출마선언, 색다른 접근 등 활동 얘기가 오간다. 설날 밥상 토론에 임한 사람들의 분석은 제각각이다. 다만 사회 안정에 대한 대한 뚜렷한 답을 제시하는 후보는 아직 없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탄핵 이후’ ‘헌재 판결 이후’에 대한 구상 말이다.

모든 후보들은 말한다. ‘특별 검사의 철저한 수사, 헌재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다린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맡겼을 뿐 자신들이 무엇을 할지, 어떻게 대비할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광화문에 모인 1000만의 촛불이 그 같은 심정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흐름은 특검과 헌재로 이어졌다. 특검과 헌재에 구시대 척결의 임무를 줬다면 정치 지도자들은 그 이후를 준비하고 말해야 한다. 상처받은 국민에 대한 위로, 새로운 시대에 비전 등 ‘탄핵 이후’에 대해서 말이다.

한 대선주자 캠프에 있는 초선 의원이 말이 섬뜩했다. 그는 “저쪽 캠프에선 탄핵이 기각되면 자기들이 탄핵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할 기세던데…”라고 했다. 흙탕물을 끼얹기 위한 말이지만 마음을 아프게 한다. 국민 위로, 사회 안정보다 정치적 연명과 부활을 먼저 고민하는 게 정치권이라는 이유에서다. 설날 밥상 토론이 대선보다 ‘탄핵 이후’로 집중된 것도 이미 국민들이 이런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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