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투'가 가짜뉴스를 만나면…

정진우 기자
2018.04.02 04:35

더불어민주당이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복당을 ‘불허’한 지난달 19일. 정 전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나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을 만나 "정 전 의원이 거짓말한 거냐?"고 물었다. 그는 기자에게 "언론 보도가 천차만별이라, 우리가 직접 언론사 수준 이상으로 팩트체크를 했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어 만장일치로 복당을 거부했다"고 귀띔했다.

일주일 후. 민주당의 팩트체크는 확인됐다. 정 전 의원은 사건 당일 그 시간에 호텔에서 카드를 사용했다. 그는 사과하고 정계은퇴도 선언했다. 성추행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그는 지난 한달 간 자신을 둘러싼 가짜뉴스 양산에 일조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모 지상파 방송은 정 전 의원이 제시한 증거 사진 780장을 공개하며, 정 전 의원을 감싸기도 했다.

미투 운동이 가짜뉴스 속으로 빠져든 대표 사례다. 미투운동이 가짜뉴스와 섞이면서 공직자가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고 송경진 교사(부안 상서중)는 지난해 4월19일 자신이 가르치던 여중생을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동료 교사에게 신고 당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해당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그럼에도 부안교육지원청은 송 교사를 성범죄자로 낙인찍어 직위해제와 대기발령을 냈다. 이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타고 가짜뉴스로 퍼졌다. 송 교사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 교사의 부인은 지난달 “남편이 억울하게 죽었다”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현재 2만4000명이 동의했다.

가짜 뉴스는 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희생자를 양산한다. 진짜 피해자는 2중, 3중의 고통을 받는다. 미투운동이 가짜뉴스를 만나는 건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따라쓰기’ 바쁜 언론의 책임이다. 언론이 팩트체크를 무시하면, 신뢰를 잃고 오히려 팩트체크 당한다. 민주당이 자체 팩트체크를 통해 정 전 의원의 복당을 '만장일치'로 불허한 것도 언론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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