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의 유권자들은 고차방정식을 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 유력한 대권주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낙마, 전통적인 보수강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 세대간 인식차 등 수많은 변수들이 선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지율에서는 여당인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권 시민들의 특성상 오차가 클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방선거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충청권 시민들이 가장 많이 한 답변은 "잘 모르겠슈"였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직접 현장을 돌며 충청권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9일 남은 현재, 시민의 선택은 누굴 향할까.
◇'3선 충북지사' 바라보는 이시종.. 보수, 정권 견제심리 '기대'
이시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3선 도지사를 바라보고 있다. 분위기는 매우 좋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평화 분위기 등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도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청주에서 택시를 운영하는 김모씨(72)는 "아슬아슬해야 선거 분위기가 날 텐데 파란색이 도배를 해서 분위기가 뜨지 않여"라며 "이시종 지사는 지금까지 무난했고, 이번에 여당이 된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라고 말했다.
인물 경쟁력도 나쁘지 않다. 이 후보에 대한 충북민들의 평가는 '무난하다'다. 8년이란 긴 임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향을 생각하면 후한 평가다. 충청북도에서는 일종의 '대세론'을 형성했다는 평가마저 있을 정도다.
직장인 민모씨(33)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이 지사의 그간 행보는 나쁘지 않았다"며 "충북에서는 북부권(충주, 제천, 단양 등)이 소외된다는 느낌이 있는데 충주시장 출신이라는 게 유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모씨(60)도 "이 지사가 확실한 대세를 잡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보수를 지지하지만 그럼에도 분위기는 이 지사"라고 했다.
반면 보수는 '사면초가'다. '새 얼굴'이 신선함으로 다가오기 전, 후보매수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 우세의 불리한 판에서 싸움을 이어가는데 악재다. 정권 견제심리밖에 기댈데가 없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거친 인사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신용한 바른미래당 후보는 박경국 한국당 후보가 정무부지사 자리를 주겠다며 후보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신 후보와 사퇴를 전제로 한 대화를 나누거나 매수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제천에 거주하는 정모씨(53)는 "이번에 너무 민주당이 다 해먹을 기세라 진보에 표를 몰아주면 안 된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다만 홍 대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내 아는 도의원 후보 하나는 홍준표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하더라 겨우 선거운동을 해서 표를 모아둬도 홍준표가 한 마디 하면 표가 다 달아난댜"며 "원래 양반동네라 거친말을 싫어햐"라고 지적했다.
◇'대세론' 양승조 vs '피닉제' 이인제 '격돌'
충남지역에서는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인제 자유한국당 후보가 맞붙었다. 양 후보의 '대세론'과 이 후보의 '인물론'의 대결이다.
두 후보 모두 지방선거 유세 첫 일정을 적지(?)에서 시작했다. 양 후보는 이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논산에서, 이 후보는 양 후보가 국회의원을 네 번 지낸 천안에서 첫 발을 뗐다.
민주당 대세론은 충남에서도 유효했다. 특히 수도권과 가까운 천안에서는 그 영향력이 강했다. 천안에 거주하는 대학생 유모씨(24)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해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게 됐다"며 "북한과의 평화분위기 등 잘 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양 후보가 첫 유세를 나선 논산에서는 '여당을 밀어줘야 한다'는 논리에 호응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문모씨(78)는 "늙은이가 뭘 알겠슈"라면서도 "지금 시장이 참 잘 했어. 여당이 (당선) 되면 더 잘할 수 있다해서 밀어줄까 고민이여"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 독주 분위기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진에 거주하는 안모씨(55)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80%가 나오는데 여론조사가 너무 높게 나오는 거 아니여"라며 "민주당이 너무한다는 얘기가 종종 들리는데 야당쪽 인물들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고민이여"라고 말했다.
이 후보에 대한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그래도 인물 아닌가'는 주장과 '한국당에 사람이 없나'는 얘기가 부딪쳤다. 다만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드러낸 사람들은 '소극적', 비판한 사람들은 '적극적'이라는 온도차는 있었다.
안씨는 "안희정이가 저렇게 가고 충청도 사람들이 허탈해져 있는데 온 게 이인제라 실망스럽지"라며 "차라리 이완구처럼 힘있고 괜찮은 사람이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야당에 인물이 없는가"라고 지적했다. 문씨도 "이인제는 당을 많이 바꿨잖여"라고 말했다.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한 사람들은 직접적이지 않았다. '충청도스러움'이 드러났다. 약국을 운영하는 유모씨(48)는 "한국당 유세에 사람들이 참 많이 왔더라"며 에둘러 말했다. 논산에 거주하는 한모씨(56)도 "고향사람이니"라며 말을 아꼈다.
◇세대간 격차 큰 '대전'.. 공무원 민심의 풍향계 '세종'
대전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청장년층과 노년층이 서로 엇갈린 지지를 보냈다. 청장년층은 허태정 민주당 후보, 노년층은 박성효 한국당 후보를 향해 지지를 보냈다. 양 후보에 대한 지지가 다른 충청지역 어디보다 강고했다.
허 후보 캠프의 자원봉사자로 나선 김모씨(29)는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자원봉사를 했고 그래서 올해도 나서게 됐다"며 "주변에도 작년처럼 직접 선거를 돕지는 못하지만 민주당에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이모씨(22)는 "홍준표 대표나 한국당 사람들이 SNS(소셜네트워크)에서 보이는 모습을 보면 정상적인 것 같지가 않아 거부감이 든다"고 했다.
노년층은 한국당 박 후보에 대해 강한 지지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모씨(60대)는 대전중앙시장을 찾은 박 후보에게 "아이고 (당선이) 되야 되는데 노인네들은 다 찍어줄텐데 젊은애들이"라며 "쌈지돈이 안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대전천 인근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노인 세명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대구 빼고는 전부 파란판이여", "내가 볼 땐 안 그려 뭘 그리 잘 했어"라며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대전에서 도장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82)는 "문 대통령이 역사를 몰러"라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이 이 나라를 다 만들어놨는데 역사에서 지워버리려고 하니 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 욕을하면 젊은 애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데 난 그래도 한국당 지지여"라고 덧붙였다.
출범 6년만에 인구 30만명을 넘어선 세종특별자치시는 '아직도' 개발 중이다. 자고나면 건물이 들어서는 이곳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신도시 개발 바람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장에 기대하는 것도 그런 것들이다.
이춘희 민주당 후보는 여당의 힘을 앞세워 '더욱 새로워지는 세종시'를 향해 뛰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유권자들이 그를 반긴다. 대전에서 사업을 하다가 세종청사 인근에서 음식점을 연 이모씨(48)는 "행정수도 세종시를 만들 수 있는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고, 도움을 주는 그런 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송아영 자유한국당 세종시장 후보와 허철회 바른미래당 세종시장 후보는 이 후보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전략을 내걸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이춘희 시장으론 행정수도가 될 수 없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변수는 공무원과 국책연구원들의 표다. 일각에선 세종시 유권자의 3분의1이 중앙부처 공무원과 그 가족 또 연구원과 공공기관의 가족을 포함할 것으로 본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들이지만, 그 정책에 따라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공공정책에 불만이 쌓이면 여당에 불리하게 표를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그동안 공무원을 괴롭혀서 성공한 정권이 없다"며 "지난 1년간 공무원들이 직접 이 정권을 평가하는게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