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이는 지지는 많은데 속은 몰라요. 인천은 아직도 보수입니다"
지난 5일 오전 인천시청역 앞. 남동구에 거주한다고만 밝힌 50대 남성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재보궐선거 때문에 왔다는 기자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는 전날 발표된 방송3사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형모 자유한국당 후보를 4배 이상 앞선다는 결과다.
인천 남동구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박남춘 전 의원이 인천시장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믿져야 본전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인천의 정치색은 보수에 가깝다. 북한과 접경하는 서해5도를 끼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시장도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20년이 넘게 보수 정당 차지였다.
박 전 의원이 남동구에서 재선 할 수 있었던 것도 '개인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인천 지역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당 지지율이 상한가를 달리고 있지만 인천은 철저히 의원들이 개인 역량으로 승부해온 곳이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수도권을 싹쓸이 하다시피 했던 20대 총선에서도 인천은 13개 지역구의 절반이 갓 넘는 7개만 민주당이 가져갔다.
◇박남춘 효과→문재인 효과…이젠 '맹성규 타임'=맹 후보는 서울에서 불어오는 '문풍'(문재인+바람)을 믿는다. '박남춘 효과'에 이은 '문재인 효과'로 인천이 바뀌었다고 자신한다. 지역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맹 후보 캠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지역 성향이 상당 부분 민주당 쪽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뒤 지역 성향이 진보 진영으로 일부 흘렀고 문 대통령이 집권한 뒤에는 더욱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자신감일까. 맹 후보 캠프는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지역으로 통하는 인천시청역 인근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맹 후보 유세차량만이 아니라 지역 시의원, 구의원 후보차량도 함께 했다. 사거리 모서리마다 파란색 차량들이 자리했다. 금세 주변이 기호 1번을 외치는 구호로 떠들썩했다.
유세 열기도 민주당 쪽이 강했다. 구의원, 시의원 할 것 없이 지역 곳곳에서 민주당 유세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반면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권후보들의 유세현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높은 지지율을 실감케 했다.
맹 후보는 기자와 만나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국토교통부 관료로 30년을 일한 그다. 문 정부에서는 국토부 2차관으로 교통정책을 맡았다. 특기를 살려 제2경인선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서울 구로역에서 남동-청학을 거쳐 인천역으로 연결되는 선로를 새로 건설한다. 기존에 2시간 넘게 걸리던 출퇴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도 높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지방정부(인천시장)가 바뀌면 사전타당성조사를 거쳐 국토부에 예산타당성조사도 신청하게 될 것"이라며 '박남춘-맹성규'가 파트너가 돼 지역 문제를 해결하겠단 의지를 보였다. 인천지역의 행정과 예산을 책임질 시장과 의원직 모두를 꿰찬다는 계획이다.
맹 후보는 출근길 직장인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 나름의 노하우도 있다. 그는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분들은 외지에서 오신 경우들이 있지만, 들어가시는 분들은 남동구 지역주민일 확률이 높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설명을 마친 그는 또다시 미소를 띠고 명함을 돌렸다.
높은 국정 지지율도 그의 든든한 기둥이다. 맹 후보의 오전 유세현장 근처에서 만난 70대 여성은 대뜸 "난 젊은 사람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 잘 모르지만 테레비를 보면 대통령이 잘하는 것 같으니 대통령 편 찍어줘야 될 것 같다"며 "난 늙어서 이젠 젊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사람 뽑아야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문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맹 후보에게 이어지기도 한다. 맹 후보의 유세차량을 지켜보던 50대 인테리어 업자는 "지하철 공약 그런거 아무 의미 없다"며 "물가도 많이 올랐고 경제가 너무 어렵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는 혼잣말처럼 "경기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고 토로했다.
◇"윤형모는 안 찍어도, 한국당 2번은 찍어주실 것"=윤형모 한국당 후보는 노년층을 집중 공략했다. 아파트 단지 경로당이 그의 주 무대다. 선거운동원도 없다. 지역 구의원 후보 2명과 단촐하게 움직인다.
오전 출근길 유세를 마친 윤 후보는 인천 논현동 한화 에코메트로 아파트 경로당을 찾았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어렵다.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2번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점퍼를 입은 윤 후보를 향해 노인들은 연신 브이자를 그리며 환영했다.
환대를 받은 이후에도 지하주차장을 잰걸음으로 오가며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찾았다. 출근시간 이후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구 특징 때문이다. 남동공단과 서울·경기권으로 출근하는 주민이 많다. 윤 후보가 화려한 거리유세 대신 찾아가는 유세를 택한 이유다.
윤 후보는 기자와 함께 걸으며 "노인들이 나는 몰라도 한국당을 보고 2번을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방문하는 경로당마다 "열심히 뛰세요. 고생한 보람이 있어야 한다"며 응원하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돋보기 안경을 쓰고 그의 명함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지지를 약속하며 "여기는 걱정 말라"며 "꼭 성공해서 돌아오라"고 힘을 실어줬다.
한숨 돌린 윤 후보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는 곧장 "조작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KBS, MBC는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에 장악됐다"며 "글자 언론도 곧 장악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북한의 '기만전술'이라며 주민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후보들의 노력과는 반대로 재보궐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였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40대 남성은 "정당보다 인물을 보는 편"이라면서도 "삶에 치이다 보니 주변에서도 이번 재보궐 선거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소래포구역 근처에 거주한다는 50대 여성은 "재보궐 선거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누가 나오는지조차 관심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