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금융소득도 불로소득' 文정부 부자증세 딜레마

정진우 기자
2018.07.04 17:25

[the300]지방선거 압승한 여당, "당분간 선거도 없는데 공정과세해야"...기재부 "보유세와 함께 금융과세는 부담"

‘조세정의와 공정과세’

문재인정부 세금정책의 뼈대다. 국민 성장을 위한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과세가 목표다. 문 대통령이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중요한 국정과제로 잡은 이유다. 키워드는 ‘지대추구 방지’다. 쉽게 말해 과도한 ‘불로소득’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얘기다.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에 보유세뿐 아니라 금융소득 과세 강화를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 당장 추진하는데 난색을 표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재정개혁특위 권고안대로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기는 힘들다"며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다른 자산 과세와 일관성을 유지하며 추후 개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방안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기재부, 청와대(당정청)는 지난해 대선 이후 출범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금융소득 과세 강화를 검토했다. 금융소득도 불로소득에 들어간다는 판단에서다. 지대추구란 인식 하에 부동산과 금융 등 두 지점을 잡았다는 게 지난해 국정기획위에서 활동한 민주당 의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당정청은 당시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초대기업과 초고소득부자 등만 골라 ‘핀셋 증세’를 했다. 당정청 안팎에서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부동산 대책의 경우 일부 세제를 손질하면서도 보유세를 꺼내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 있는 카드’로 시장에 신호를 줬다. 여론도 나쁘지 않았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작년에 부동산 세제와 핀셋증세는 문재인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반영한 정책이었다”며 “국민들도 큰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핀세 증세에 성공한 여권은 증세에 자신감을 얻었다. 더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재정특위는 부자증세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다뤘다. 재정특위 관계자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을 점차 늘려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며며 “다른 소득에 대한 세금과의 형평성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금융소득 과세 강화에 대한 당정청 내부 기류가 팽팽하다는 점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공정 과세, 형평 과세 원칙에 맞춰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세저항 우려도 없을 것으로 본다. 재정특위의 권고안을 보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핵심 인사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 강화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점도 나쁘지 않다. 선거를 이겼고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높다. 내년까지 선거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 부분이다.

반면 기재부 등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보유세와 함께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을 한번에 건드리는 게 부담이다. 고소득층의 반발이 심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증세는 결국 분위기를 타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특위가 민감한 사안을 한꺼번에 다룬 측면이 있다”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당정청의 과세 방향은 뚜렷하다. "올해 하지 않으면 내년엔 하면 된다"가 핵심 포인트다. 일각에선 지난해 보유세 카드를 꺼내 군불을 지펴 올해 추진했듯, 재정특위 권고안으로 금융소득 과세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진 이상 내년엔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과연 보유세 인상과 금융소득 증세를 한꺼번에 끌고 가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한달여간 정부에서 면밀하게 살펴본 후 세법개정안 발표할 때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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