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은, 출자회사 관리 구멍…2.2조 날렸다

이재원 기자
2018.10.10 04:31

[the300]조정식 민주당 의원 "자본잠식·만성적자 심각한데 지정관리대상 단 한곳뿐"

수출기업 등에 국가 정책자금을 투자·지원하는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출자회사들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금 출자전환 방식으로 지분을 소유한 기업 대부분이 부채비율 계산조차 불가한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손실만 이미 2조2000억원이 넘지만, 규정을 핑계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수은의 출자회사는 총 79곳이다. 장부가액은 8조1900억원에 달한다. 수은의 전체 자본금(15조원)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수은의 출자 방식은 △현물출자(7곳) △정책출자(9곳) △여신성출자(16곳) △대출금 출자전환(47곳) 등이다. 이 중에서도 대출금 출자전환 방식으로 지분을 소유한 47개 기업의 경영상태가 참사 수준이다. 출자전환은 기업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회수하는 대신 기업의 주식과 맞바꾸는 것이다.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가치와 경영상황을 제고해 자산손실을 최소화 하는 것을 염두한 조치다.

수은이 47개 기업에 진행한 대출금 출자전환 규모는 2조2796억원이다. 하지만 8일 현재 장부가액은 출자전환 규모 대비 3.2%인 725억원에 불과하다. 출자전환 금액의 대부분인 2조2000억원 가량을 손실처리 한 셈이다.

이같은 손실이 발생한 이유는 출자기업의 경영상태에서 드러난다. 47개 기업 가운데 자본잠식(순자산<자본금)을 경험했거나 자본잠식 상태인 경우가 33곳에 달한다. 나머지 14곳도 3년 연속(‘15년 218.7%→’16년 228.9%→‘17년 240.2%) 부채비율이 증가 중이다. 영업적자 역시 최근 3년 누적 1조5624억원이다.

경영지속여부가 의심되는 곳도 상당수다. 47곳 가운데 39곳이 기업 회생절차가 진행중이다. 8곳은 이미 폐업처리 했거나 파산처리가 진행중이다. 사실상 수은이 대출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손실의 배경에는 부실한 출자회사 관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은의 ’출자회사 관리위원회‘에서 관리대상으로 지정한 기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하나 뿐이다. 나머지 기업들이 자본잠식,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관리 회사로 지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수은은 “내부규정에 따라 관리대상 범위를 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비중 30% 이상 기업에 한정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은 ’출자회사 관리규정‘에 따르면 경영관리가 필요하다고 은행장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보유 주식 비중과 무관하게 관리회사로 지정이 가능하다. 조 의원은 “수은이 진정으로 출자회사를 관리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이 처음이 아니다. 수은은 지난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 당시 국책은행의 출자회사 관리 부실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지만 개선 이행에 소홀했다. 즉각 관리체계를 개편하고 나선 한국산업은행과 비교됐다. 수은은 같은 해 10월 발표한 혁신안에서도 출자회사 관리 방안을 담지 않았다.

조 의원은 수은의 이같은 관리 부실이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보유자산과 부채 관리를 위한 위험관리체제 구축·운용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문제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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