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의 재원을 위해 법을 바꿔 연간 약 2000억원을 마련한다. 법적 근거를 만들어 은행과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등으로부터 매년 안정적인 출연금을 받겠다는 취지다.
출연금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기존에 출연금을 내지 않던 은행권의 경우 약 940억원(기존 다른 출연금과 중복 제외)을 새로 부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강제 출연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17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업권별 관계자들을 모아 회의를 열고 서민금융상품 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와 금융기관의 출연 방안을 설명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복권기금과 금융회사 출연금을 바탕으로 햇살론의 재원을 조달하지만 2021년 이후 재원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복권기금 출연은 2020년 종료되고 금융회사 출연 역시 한시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출연대상을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고 정부 출연을 늘려 5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우선 현재 연간 1750억원인 정부 출연규모를 더 확대해 2025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금융권 출연은 기존 상호금융과 저축은행만을 대상으로 하던 것에서 은행과 보험사, 여전사로 확대한다.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모든 금융업권으로 확대하는 셈이다.
부과체계는 가계대출 잔액에 출연요율 2~3bp(1bp=0.01%) 수준이 유력하다. 업계에 예시로 제시된 출연요율은 2.56bp다. 이를 적용하면 전체 출연금 규모는 현재 1600여억원에서 2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다른 명목의 부담금과 중복되거나 업권별로 특수성이 있는 대출은 협의를 통해 예외를 인정할 예정이다.
업권별로는 새로 포함되는 은행이 약 940억원, 보험사가 310억원, 여전사가 160억원 등이다. 금융위는 내년 중 서민금융생활지원법(서민금융법) 개정을 추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출연요율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서민금융법 제47조 2항 출연 대상기관에 현재는 빠져 있는 은행과 보험사, 여전사를 추가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금융위는 내년 6월 제21대 국회가 개원하는 즉시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출연요율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법안 마련이 가시화되자 금융권 일부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민금융 재원마련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정부가 법까지 개정해 민간 금융회사를 상대로 마치 세금 물리듯 출연금을 요구한다는 불만이다.
새로 출연 주체가 된 A 금융회사 관계자는 “불만이 있어도 겉으로 말도 제대로 못한다”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2018년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 때 예고됐던 사항이고 추진방향도 그동안 업계와 꾸준히 공유해왔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만 수차례 업계와 관련 회의를 했고 구체적인 기준도 계속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확정된 것도 아니지만 출연요율 2~3bp 정도는 업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책 추진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민금융상품의 안정적 재원 마련은 마땅히 필요하지만 방식이 문제”라며 “정부가 당연한 듯이 민간 기업에 일정 기준을 정해 부담을 넘기는 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