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재정정보원이 ‘삶의 질’ 지표 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재정사업과 연계하는 방안 마련에 나선다. GDP(국내총생산) 등 기존 양적 지표가 국민 삶의 질 추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후속 조치다. 해마다 이른바 ‘슈퍼 예산’이 편성되나 국민 삶의 질을 얼마나 개선하는지 측정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17일 이광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케이(K)-뉴딜본부장 겸 국회 기획재정위원이 재정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정정보원은 올해 기본과제로 ‘삶의 질에 관한 분류체계 설정 및 재정사업 연계 방안’ 연구 수행에 나섰다. 연구기간은 오는 10월까지로 통계청, 한국 삶의질학회와 머리를 맞댄다.
삶의질 지표 및 체계를 재정사업에 반영하기 위한 정책 연구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삶의 질을 보여주기 위해 주관적 지표 선정에 집중하는 연구 등과 차별화한다.
우선 통계청이 기존에 발표하는 삶의 질 지표를 재정사업과 연결하는 방안부터 시도한다.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재정 효과가 나타나도록 지표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지표는 연관성이 확인된 정책 개선과 예산 편성을 통해 끌어올린다.
통계청의 삶의 질 지표는 △가족·공동체(5개) △건강(7개) △교육(6개) △고용·임금(6개) △소득·소비·자산(7개) △여가(6개) △주거(6개) △환경(9개) △안전(9개) △시민참여(7개) △주관적 웰빙(3개) 등 11곳의 영역에서 71개 지표를 내고 있다.
연구원은 또 뉴질랜드가 2019년 5월 발표한 ‘웰빙 예산’ 사례에 주목한다. 뉴질랜드 정부 회계연도는 각 해 6월1일부터 다음해 5월30일까지다.
웰빙 예산은 성공적 국가에 대한 정의가 재무 상태 뿐 아니라 자연 자원과 사람, 공동체의 튼튼함을 포괄한다는 인식을 담은 예산이라고 연구원은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정신 건강(특히 24세 미만) △아동 웰빙(가정폭력 포함) △마오리 주민의 능력 계발 △혁신과 사회, 경제적 기회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살아남는 국가 △지속가능하고 탄소배출량이 적은 경제로 전환 등을 우선 과제로 선정한 결과다.
당시 뉴딜랜드 내각은 ‘웰빙 데이터’를 기반으로 웰빙 예산의 우선 과제에 합의했다. 이어 각 부처가 웰빙 데이터 개선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발굴하면 내각은 내각위원회 자문을 수렴해 예산에 동의했다. 또 지난해 6월 재무부가 4년마다 웰빙 데이터를 보고하도록 하는 등 웰빙 데이터가 재정정책과 예산에 반영되도록 국가재정법도 개정했다.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국회 기재위 국감에서 제안된 내용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광재 의원은 지난해 10월 ‘정책을 현실로 바꾸는 것은 바로 예산입니다’ 정책 자료집을 발표하며 GDP 중심에서 삶의 질을 목표로 한 예산 편성과 결산 심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여야는 정부안 대비 2조2000억원 순증한 558조원 규모의 ‘수퍼 예산’을 의결했으나 국민 삶의 질을 개선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여야는 또 1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나 국민 삶의 질에 대한 논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광재 의원은 “단순히 GDP의 성장보다 행복한 개인과 따뜻한 사회, 삶의 질 1등 국가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를 측정하는 지표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굴된 지표에 따라 시장·군수 등 정치인들이 평가받고, 일 중심으로 정치를 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