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조국…전략적 선택의 차이[우보세]

김태은 기자
2021.06.02 04:31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021.5.30/뉴스1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김웅이 '초선의 반란' 기수로 나설 때만해도 '영남당'의 한계를 재확인해 주는 기회가 될 것이란 예측이 다수였다. 야권 지지자들의 기대는 결국 대권주자인 윤석열에게 모이게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과 함께.

그러나 윤석열이 '제3지대'와 국민의힘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동안 30대 '0선 중진' 이준석이 '18선'의 무능과 무책임을 사정없이 두들겨패는 것은 물론 정치권 변화의 핵이 됐다.

'이준석 돌풍'이 단순히 세대교체 바람이라면 국민의힘 당원과 전통적 지지자들 사이에서까지 압도적으로 지지율이 높아진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를 수식하는 '0선 중진'에서 알 수 있듯 10년 가까이 정치권에 몸담았으나 탄핵 심판과 보수 분열, 총선 패배 등에서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다른 중진 의원들은 친박(친박근혜)이든 친이(친이명박)이든, 과거 보수 정권에 몸담으며 '보수의 몰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이들은 무능하다. 야권 지지자들은 문재인정부의 무능을 심판하고 싶어하지만 과거 보수 정권의 일원이었던 이들이 문재인정권보다 덜 무능하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아무리 중진의 경험이나 경륜, 성과를 내세워도 국민의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영남권 당원들과 전통적 지지자들에게도 먹히지 않는 이유다.

거꾸로 말하면 야권 지지자들은 과거 보수 정권과는 일정 부분 단절하고 새로운 토대에서 새출발을 원한다는 말이다. 상당수의 야권 지지자들이 "이준석이 당대표가 돼야 윤석열을 대선후보로 내세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대선 승리를 위한 이준석 당위론을 외치고 있다.

결국 야권 내 이준석 돌풍의 상당 부분은 대선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분석이 된다. 물론 '당심 70% 민심 30%'라는 경선 룰을 고려할 때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껏 나오고 있는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를 보면 그렇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준석을 대선 승리를 위한 필승 카드로 판단한 데엔 디지털 세대가 직접 민주주의 방식의 소통방식 강조되는 시대에서 갖는 능력적 우위나 정치개혁에 대한 욕구 등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의미다.

고민스러운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가 가리키는 민심의 방향은 분명 변화와 쇄신이다. 서울시당과 중앙당이 연이어 시행한 집단심층면접조사(FGI)에서는 민심이반의 가장 큰 원인이 '내로남불'이라는 지지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특히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한 이유이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선을 긋고 가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문재인정권의 정체성인 공정과 정의의 기준을 흔들어버리고 '우리 사람'에 대해선 공정의 기준을 바꿔버리는 민주당의 태도에 실망했다는 지지자들의 지적이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게 '조국 사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를 검토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부 대선주자들과 의원들은 정치적 유불리를 들어 지도부 사과를 반대하는 등 민주당은 '조국 사태'로 분열의 늪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초 사태 당시 법의 판단에 맡기고 선을 긋지 않아 초래된 문제로 지금 또 선을 긋지 않으면 결국 재보선처럼 대선에서 발목을 잡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30대 '0선 중진'까지 껴안으려는 정당과 개인에 대한 '마음의 빚' 때문에 민심을 외면한 정당, 내년 대선의 승패를 가르게 되는 결정적 순간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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