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의힘, '분열'은 '불신'만 키운다

서진욱 기자
2021.08.25 04:30

[the300]

정치권에서 약속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볍다. 다른 당, 외부 단체들과 협약뿐 아니라 당내 약속마저 손바닥 뒤집 듯 번복한다. 강력한 약속 이행 의지는 보도용 사진 촬영이 끝난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 오죽하면 정치인에겐 거짓말도 전략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약속 깨기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은 당연하다. 믿음을 깨는 행태를 반복하니 믿을 수 없다.

지난달 말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원팀 협약식'이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이벤트다. 6명의 대선주자들은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품위와 정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서로에게 원팀 배지를 달아주며 네거티브 정쟁을 지양하고 공정 경쟁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후보들은 날선 표현을 동원한 감정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별도로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으나 이마저도 이행되지 않았다. 집권여당 후보들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정권 교체를 외치는 국민의힘은 원팀 협약식과 같은 깨질 약속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대선후보 경선 돌입을 앞두고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에서 벌어진 녹취록 공방, 비상대책위원회 추진설 논란 등은 기싸움 수준을 넘어섰다. 3선 의원 출신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연이은 실언으로 분란의 중심에 섰다. 이 대표가 당내 분란에 대해 사과했으나 내홍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당장의 이익과 감정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한 약속부터 되새겨야 한다. "정권교체를 위해 하나로 뭉치겠다"던 공언과 동떨어진 행보는 실망감만 키울 뿐이다. 야권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뭉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한심한 권력 투쟁은 유권자들에게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분란과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지층 이탈을 피할 수 없다. 대선 승리를 위한 필수 과제인 중도 확장은 먼 나라 얘기가 될 것이다. 분열은 국민들과 약속 파기, 곧 정권 교체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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