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폐지하더라도 기존의 기능들을 없애는 게 절대 아니다. 오히려 시대 변화에 맞춰 보다 내용을 기능적으로 강화하도록 설정돼 있다."
지난 7일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이같은 입장 발표에 각계의 반응이 흥미롭다. 대통령실은 여가부의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양성평등본부'와 고용부 등으로 이관해 더 효율적으로 집행할 것이라며 관련 예산도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이에 여가부 폐지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에게서 실망감이 표출됐다. "속았다" "여성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여가부 폐지한다면서 기능 강화라니 말장난"
여성계 등 시민단체는 예상됐듯 극렬한 반대집회를 벌이고 있다. 구호는 대략 이렇다. "혐오정치를 끝내자" "구조적 성차별에 기름 붓는 것" "소통 없는 독단적 결정" "담당 부처가 없는데 성평등 업무가 제대로 되겠나"
민주당의 반응이 가장 흥미롭다. 공식입장 표명을 미루며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던 민주당은 11일 반대를 공식화했다. 김성한 정책위의장이 밝힌 근거는 "여가부 기능의 확대·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실의 개편 방향과 다르지 않은데, 다만 곧죽어도 독립 부서를 둬야 한다고 한다. 소부처인 여가부가 보건복지부 등과 업무 중복으로 겪은 애로사항은 모르는 걸까. 이재명 대표의 반대 입장은 뒤늦게 공개됐는데,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이대남 결집용"이라며 논점을 피해갔다.
반대론을 종합해 보자. 여성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며 기능마저 축소해야 한다는 이대남들, 여가부 폐지는 성차별을 확대할 것이란 여성계, 실망한 이대남 마음도 모르고 이대남 결집용 카드라는 민주당. 서로 배치되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 중 여가부가 출범 20년 만에 폐지의 기로에 서게 된 배경을 제대로 이해한 이는 없어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약자인지 여부는 논외로, 성평등 정책을 수립해야 할 여가부가 도리어 젠더 갈등을 부추긴 측면은 자명하다. 여가부가 이미 기능과 신뢰를 상실한 마당에 조직을 재편하는 건 국가의 의무다. 반대론자들의 바람은 무엇인가. 여성 지위 약화? 강화? 대통령 지지율 하락? 대통령실은 슘페터적인 '창조적 파괴'를 목표로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해 당선된 만큼 기회를 준 뒤 결과를 보고 비판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