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의무매입법' 합의 불발 수순?..野 수정안에도 與 "의미 없다"

김성은 기자, 김지영 기자
2023.02.24 06:44

[the300]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곡관리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하 양곡관리법)의 수정안을 여당 측에 제시했지만 여당 측은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며 양곡관리법 관련 추가 협상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수정안을 최후통첩한 민주당은 합의가 끝까지 불발되면 양곡관리법을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할 수 있단 입장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민주당 단독처리에 대해 여러 우려가 있어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하기로 했다"며 "이달 24일 또는 27일 본회의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수정안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을 토대로 한 것으로, 쌀 시장격리(정부매입) 요건과 관련해 정부에 일부 재량권을 주는 것이 골자다.

전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의장이 초기에 냈던 중재안 중에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저희가 수정안을 내서 양곡관리법을 신속하게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라며 "(여당이) 여전히 대통령 거부권을 의식하면서 계속 변화가 없다면 민주당으로서는 부득이 의장이 낸 초기 제안을 일부 수정한 부분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합의 불발시 강행 처리를 염두에 둔 셈이다.

양곡관리법은 쌀 값 안정화를 위해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 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재정 부담과 쌀 생산량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크단 이유로 반대해왔다.

지난달 말 야당 단독 표결로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여야 간 입장차가 컸던 법안인 만큼 김 의장은 여야 간 합의를 요구하며 본회의 상정을 미뤄왔다. 전날 김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중재안을 제시했고, 이 중재안을 토대로 민주당이 수정안을 만든 것이다.

수정안의 골자는 정부의 쌀 의무매입 요건에서 '초과 생산량의 3% 이상'을 '초과생산량의 3%~5%'로, '가격 하락폭 5%'를 '가격 하락폭 5~8%'로 조정한 것이다. 이 범위 내 수치는 추후 시행령을 통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중재안은 3%, 5%의 수치를 각각 6%, 10%로 높이는 안이었다.

또 수정안은 시장격리 의무에도 예외조항(벼 재배면적)을 신설해 쌀 매입물량을 축소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벼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쌀을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재량권을 정부에 준 것이다. 이는 중재안에도 담겼던 것으로, 민주당은 중앙 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도 벼 재배 면적 증가시 시장격리(매입) 물량을 축소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도록 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쌀 매입을 의무화하면 재배면적이 늘고 과잉생산이 유발돼 가격이 폭락, 농민들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우려를 감안해 (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이어 "생산조정이 원만히 성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해 이것까지 포함해 중재안을 설계했다"며 "어떤 경우에도 생산량이 폭증하고 쌀 가격이 하락하는, 정부 재정이 과잉 투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국회의장 측은 △의무매입량을 현행 규정보다 하향 조정해 정부 재량권을 확대하는 안 △시장격리를 재량 규정으로 유지하되 시장격리 요건에 해당할 경우 국회 보고 의무화 및 국회의 의견 제시 절차를 마련하는 안도 제시했었지만 민주당은 이 두 가지는 실효성이 낮다고 보고 수정안에는 담지 않았다.

김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이 수정제안한 내용들을 적극 검토해 민주당의 제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되고 그 처리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결과적으로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이 점을 감안해 24일 또는 27일 본회의에서 (법안이) 정상적으로 처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야당의 양곡관리법 수정안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쌀 의무매입이 불러올 농업 경쟁력 약화 우려와 농가간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장 수정 권고안은 기본적으로 민주당안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정부에 시장격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인데 전략작물 직불제 등에 지원될 돈이 쌀 매입에 들어갈 것이고 이는 농업 경쟁력 약화하는 방향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략작물은 밀, 콩 등 수입 의존성이 높거나 논에서 밥쌀용 벼 재배를 대체할 수 있어 논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작물이다.

이 의원은 "본회의 강행처리 한다고 하면 당 지도부에 거부권을 건의하는 게 어떨지 의견을 낼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오늘 제안했으니 원내대표나 정책위원회 등이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도 "쌀을 강제 매입하면 인삼 농가법, 한우 농가법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며 "농민 보호라고 하면서 형평성 문제가 크고 그것이 결국 경쟁력 없는 농가를 더 양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측의 양곡관리법 수정안이 공식 제시된 후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수정된 양곡관리법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의무 매입 부분이 달라진 게 없고 퍼센트를 달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라며 "남은 수단으로 합법적인 것은 거부권밖에 없고 양곡관리법으로 여야 회동은 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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