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당 역사에서 제3지대 신당은 때로 돌풍을 일으키며 거대 정당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탄생했던 국민의당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도 신당은 두 차례 이상의 총선을 이어가지 못하고 기성 정당에 흡수되거나 해산되는 운명을 맞았다.
현역 정치인 가운데 제3지대, 중도를 표방했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안철수 의원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김한길 의원 등이 중심이 돼 2016년 창당한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38석(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2017년 안 의원이 대선에서 패배한 후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합당했다. 이후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안 의원은 국민의당을 재창당했지만 2020년 21대 총선에서 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2022년 20대 대선에서 안 의원이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하면서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에 흡수됐다.
국민의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3지대 신당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했다. 1997년 이인제 전 의원이 창당한 국민신당은 같은 해 대선에서 이 전 의원이 3위로 낙선함과 동시에 붕괴했다. 2002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창당했던 국민통합21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쇠락하며 해산했다.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대통령에 도전하면서 1992년 2월 통일국민당을 창당했다. 당시 통일국민당은 창당한 지 한 달 만에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31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14대 대선에 출마한 정 회장은 김영삼·김대중 후보에 이은 3위에 그치며 낙선했다. 이후 대통령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정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자 통일국민당은 당사를 폐쇄하며 정치 활동을 접었다.
'기득권 정치 타파'를 외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가 창당한 창조한국당은 문 전 대표의 깨끗한 이미지에 힘입어 17대 대선에서 5.8%의 득표율로 4위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18대 총선에서 3석으로 명맥을 유지하다 2009년 문 전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하며 해산했다.
제3지대 신당 잔혹사가 이어지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한 선거구에서 1명만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 아래에서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를 들었다.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지 않는 한 사라지기 어려운 문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다수의 유권자가 거대 양당을 싫어하지만, 선거가 다가오면 내 표의 영향력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에 투표할 땐 거대정당으로 간다"며 "국민들이 제3지대 신당에 기대거나 표를 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제3지대를 추진했던 사람들은 국민들보다 개인의 영달을 많이 추구했다"며 "선거가 끝나면 (당이) 그대로 가는 게 아니라 언제 누구랑 합당할지 어떻게 단일화를 할지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니 그다음에 어떤 제3당이 출현해도 신뢰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현행 선거제도가 변함없을 거란 전제 아래 전문가들은 제3지대 신당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비전'과 '인물'을 제시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3지대라고 다 동일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다"며 "30% 가까이 있는 (무당층) 분들은 하나로 보면 제3지대 같지만, 그 안에 색깔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당층을) 조직화하고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 색을 조율하며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며 "가치에 대한 공감과 그 가치를 밀고 나가는 사람들의 진정성이 뒷받침될 때 조직화해 나가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인지도·영향력 있는 사람이 없다면 누가 표를 주겠느냐"며 "인물 인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3지대 신당) 준비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