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 방향까지 주문하는 게 맞나?"
지난 15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 나온 얘기다. 갑자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브리핑이 잡힌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 장관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지시사항을 밝히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수능을 150일 앞두고 극도로 예민한 입시에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으로 읽혔다.
대통령 발언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물론 초반엔 혼란이 컸다. 이 부총리의 브리핑 착오도 혼선에 한몫했다. 윤 대통령이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한 대목이다. 이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통령 지시사항에 있던 '변별력 확보' 문구를 빠뜨린 결과 '물수능'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혼란이 지나가자 윤 대통령이 말한 '이권 카르텔'의 실체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현직 교사들이 수능 출제위원들의 경력을 내세워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서울 강남 일대 유명 입시 학원에 판매하거나 입시학원으로 이직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를 알면서도 방치했다. 이런 카르텔을 가능케 한 게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이다. 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개선을 지시했지만 교육부 관료집단이 복지부동했던 게 사태의 전말이다.
이 장관은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사실은 쉽지 않은 원칙" "교육부로서 굉장히 새겨듣고 철저히 집행해야 될 것"이라고 연신 강조했다. 대통령의 지시를 교육부가 따르지 않았다는 반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미 지난 3월 평가원이 올해 수능에서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을 갖추겠다고 발표했지만 사교육계엔 조금의 타격도 없었다. 공생관계가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란 기대였을 테다.
윤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생태계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기존 정치인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공교육 정상화 등 거창한 비전을 밝히기보다 곧장 '킬러문항'을 건드려 교육계에 일대 충격을 줬다. 혼란이 없을 순 없다. 그러나 부모는 사교육비로, 아이들은 끝모를 경쟁으로 모두 불행한 현재 교육현실이 충격없이 개선될까. 윤 대통령의 변칙 전략에 기대를 걸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