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몰고올 재앙, 역사상 최악의 세금

이상배 기자
2024.12.04 05:40

[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현지시간) 워싱턴 하얏트 리전시 호텔에서 열린 공화당 의원 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14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1. 세계 최초의 세금은 '관세'였다. 요즘 가장 흔한 세금인 '소득세'는 가장 늦게 생긴 편에 속한다.

물건을 다른 나라에서 들여올 때 내는 게 관세다. 수입업자의 부담이란 얘기다. 그러나 과거엔 물건을 실은 수레나 배에 부과됐다. 일종의 '통행세'였던 셈이다.

통행세를 꼭 돈으로 낼 필요는 없었다.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선 항구에 정박하는 모든 선박에서 책을 징발했다. 선박에 있는 책을 모조리 가져간 뒤 베껴 쓴 다음에 돌려줬다.

기원전 300년쯤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명령으로 시작된 이 정책 덕분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당대 세계 최대 장서 보유량을 자랑할 수 있었다.

#2. 만약 세금이 악(惡)이라면 관세는 '최악의 악' 가운데 하나다. 가장 부작용이 큰 세금 중 하나란 점에서다. 대표적 부작용이 세계 경제 대공황이다.

1929년부터 약 10년 간 이어진 대공황은 사실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불황기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1930년 6월 미국은 '스무트-홀리법'을 제정해 2만여 가지 수입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의 평균 수입관세율은 26%에서 59%까지 급등했다.

이에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이 보복에 나섰다. 이들이 미국 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은 수출에서 큰 피해를 봤다. 일부 국가는 수입 제한과 환율 통제에까지 나섰다.

관세 보복의 악순환 속에 전세계 무역 규모는 1929년과 1934년 사이 3분의 1 토막이 났다. 전세계 GDP(국내총생산)는 1929년 이후 3년 사이 15%나 급감했다.

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고, 독일에선 근로자의 42%가 실업자로 전락했다. 독일의 재앙적 경제불황은 결국 반유대주의에 기댄 히틀러의 나치 집권을 초래했고, 결국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그보다 약 40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890년 11월 영국 바링은행의 파산으로 시작된 유럽의 경기침체도 관세전쟁 탓에 악화됐다. 그해 매킨리 관세법에 따른 미국의 관세 인상에 프랑스, 독일 등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며 보호무역주의가 들불처럼 번졌다. 이 때문에 장기화된 1890년대 경기침체는 이후 1930년 이전까지 '대공황'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높은 관세는 물가를 끌어올려 금리 인상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관세란 거래비용은 경제활동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관세는 불황을 전염시킨다. '자국 유치산업 보호'라는 순기능을 갖고 있음에도 관세가 최악의 세금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3. 내년 1월 미국발 '관세전쟁'이 시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1월20일이 기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취임 당일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처럼 유럽도 관세 폭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동맹국이라고 예외일까. 설령 직접적인 관세 공격은 피한다 하더라도 중국, 멕시코 등에 대한 중간재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가 공언대로 중국 등에 관세폭탄을 투하하고, 이들이 관세보복에 나서다면 우리나라의 실질 성장률은 약 0.3%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만약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전체가 둔화된다면 우리나라의 성장률 하락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전세계 GDP가 2025년 0.8%, 2026년엔 1.3% 줄어들 것으로 봤다.

관세전쟁이 대공황으로 이어진 역사를 인류는 잊은 걸까. 과거와 달리 지금은 경기침체기가 아니니 안심해도 될까. 경제순환주기상 경기둔화기는 돌아오기 마련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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